출입구부터 1m 간격 줄서기
수업시간 내내 마스크 착용
한칸씩 띄우고 조용한 식사
▲ 고3 등교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후 가평군 가평읍 가평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있다. /사진제공=가평고등학교


“뉴스에서 보던 '거리 두기'를 해보니 참 어색한 느낌이에요. 빨리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겨울방학 후 4개월여 만에 첫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8시. 가평군 가평고등학교에는 오랜만에 등교한 205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나누는 인사로 활기가 넘쳤다. 정문을 통과해 학교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에 선 학생들은 신기한 눈으로 열화상 감지기를 바라보면서 열을 맞춰 1m 간격으로 줄을 섰다.

즐겁게 인사를 나누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과 달리, 교직원들은 혹시나 모를 코로나19 집단감염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교직원들이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거리를 유지하도록 지도하자 학생들은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거리를 벌렸다.

교실 풍경도 코로나19 이전과 많이 바뀌었다.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수업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학교는 두 자리씩 붙어있던 책걸상을 서로 띄웠다. 손잡이와 칠판지우개, 에어컨 등에 뿌릴 소독제도 준비했다.

수업에서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시험일정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가평고 3학년은 21일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을 봐야 하고, 중간고사도 3주 후인 6월12일부터 예정돼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6월18일), 기말고사(7월23일)가 줄줄이 기다린다. 다만,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선생님들도 시험일정을 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쉬는 시간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오랜 방학기간 동안 쌓인 이야기를 고2 생활을 함께한 친구와 나눴다.

김모(18)양은 “방학 내내 집에만 있고 가끔 학원만 가다보니 할 이야기가 많아요”라며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니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급식시간에도 '거리 두기'는 유지됐다. 가평고는 8개 학급을 2개 학급씩 묶어 10분 간격으로 배식을 진행했다. 손이 닿을 수밖에 없는 식기와 수저는 학급별 학생 1명이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일일이 나눠줬고, 한 칸씩 자리를 띄고 앉은 급식실에는 적막한 분위기 속 조용한 식사가 진행됐다.

김건원(18) 군은 “반 친구들이 모두 바뀌었고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등교할 때도 밥 먹으러 갈 때도 거리를 벌리다 보니 왠지 무겁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어요”라며 “그래도 뉴스나 TV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라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유대근 가평고 교감은 “학생들의 밝은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학교에 생동감이 넘치고 선생님들도 밝은 표정을 찾았다”며 “혹시나 모를 코로나19 확산 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파악되지 않아 긴급하게 등교를 중지한 안성지역 고교 9곳과 기숙사학교 1곳을 제외한 464개 고교 고 3학생이 일제히 등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9일 밤 20대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음에 따라 안성시교육지원청과 학교장 등의 협의를 통해 관내 고등학교 9곳의 등교 중지를 결정했다. 안성시교육지원청은 이날 해당 학교 학교장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21일부터 이들 고교의 3학년 학생을 등교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전국연합학력평가가 21일 치러진다. 도내 가평고 등 411개교를 포함해 전국 1835개교가 응시한다. 사실상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다. 지난달 평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 시행, 성적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