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백남준아트센터 '티브이 웨이브'전
작품참여 '비디오 박스' 운영
▲ 백남준, 참여 TV, 1963(1999)


60여 년 전, '유튜브 열풍'을 예견했던 사람이 있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작가는 자신만의 방송을 제작해 송출하는 TV 스테이션들이 생겨나 독점적인 방송국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을 전망했었다. 그는 여러 문화권의 벽을 허물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전 지구적 쌍방향 소통과 화합을 꿈꾸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관에 들어갔던 백남준아트센터가 시민들의 지친 마음에 예술로 힘을 보태기 위해 '텔레비전'에 대한 백남준의 사상을 다룬 전시를 마련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지난 12일 시작으로 2021년 3월7일까지 상설전시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를 개최한다.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는 비디오 아트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백남준의 방송'을 키워드로 해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백남준이 선보였던 방송과 위성 작업을 중심으로 그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텔레비전'은 영국의 록밴드 비틀즈가 미국 TV에 첫 출연한 1964년 2월 9일 7300만명이 시청한 '에드 설리번 쇼'가 기반이 됐다. 당시 미국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TV 앞에 불러 모은 비틀즈와 방송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송을 도화선으로 1960년대 영국 문화가 매스 미디어를 통해 미국에 유입되면서, '반문화'를 비롯해 사회문화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 현상을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이라 일컬었다.

이후 2019년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비틀즈가 공연했던 에드 설리번 극장에 서게 되면서 이를 'BTS 인베이전'으로 부르며 많은 팬들이 TV 앞에 다시 모였다. 이처럼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은 비틀즈나 BTS같은 수많은 시대의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침공'했다.

백남준은 삶과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TV를 예술의 매체로 활용하고 TV를 매개로 시청자에 의해 작동될 수 있는 예술로 표현했다. 백남준은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방송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특히 다수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집합적인 경험, 현장이 아닌 매개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비전 방송이라는 매체에 주목했다. 또, 텔레비전과 방송, 위성을 통해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춤과 음악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텔레비전을 살펴보며 방송이라는 자극으로 우리가 어떤 피드백을 보일 수 있을지를 묻는다.

관람객의 참여를 중요시했던 생전 백남준 작가의 뜻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비디오박스'가 설치 운영된다. 특히 김정훈, 김화슬 작가의 작품 'SEEnthesizer'는 영상의 밝기나 채도, 색상 등을 조절하며 관객 스스로가 작품을 완성해 내는 체험 전시도 이뤄진다.

한편, 백남준아트센터는 7월19일까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랜덤액세스 프로젝트 오주영 작가의 '주사위 게임'과 다음달 28일까지 문화의 언어를 들여다본 기획전시, '침묵의 미래전'도 진행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