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의 경제지원책을 시행하는 곳이 있기도 하고, 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일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령, 직업, 소득 수준 등에 관한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러한 기본소득 개념이 역사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은 영국의 문호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사회풍자 소설 '유토피아'에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은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도둑이 되거나 굶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식량을 일정 수준으로 또 조건 없이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와 같은, 500년 전 모어의 제안은 지금 각국의 리버럴이나 좌파는 말할 필요도 없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기업가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던 앤드류 양은 18세 이상의 모든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매월 1000 달러(약 123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목적은 국민의 불안정한 경제상태를 개선하고 또 기술적 실업에 대한 보상이다. 보다 자유주의적인 견해에 선 논자들은 정부가 복지에 투입하고 있는 모든 예산을 없애고 이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캐나다 매니토바주나 핀란드 등에서 한정적인 범위로 또 실험적으로 실시되어 왔기 때문에, 아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은 도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국가와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대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지금,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은 자택대기 중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비를 벌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와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와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낸 20세기 초반의 스페인독감과는 여러 가지 유사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실 스페인독감 때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는 전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를 동반하고 있다. 팬데믹과 경제위기의 조합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음이나 비참한 생활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개인과 기업이 안고 있는 고액의 채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자층의 증대, 그리고 기업들의 세계적 공급망에의 의존 등에 의해, 지금의 세계경제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데다, 코로나19는 일시해고와 같은 고용문제, 금융 및 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성, 그리고 사회 분단을 야기하면서 경제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많은 나라들이 기본소득 제도를 긴급대책으로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소비수요 침체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수입을 국민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경제를 얼어붙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불안심리를 거둬내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는 재원이다. 앤드류 양이 제안했던 덜 급진적인 기본소득 플랜에도 연간 2.8조 달러나 되는 재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도 매우 다양한 감세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강한 역진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감세조치는 결국 부유층과 대기업만이 이익을 챙기게 한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의 감세조치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으로 충당된다. 이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본소득을 위해 활용하면 재원 확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도둑이 되거나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