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를 가리키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논란이 백가쟁명 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코로나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한 생경하고 우울한 전망이어서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를 떠올릴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_회의 등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펴낸 '제3의 물결'에서 퍼스널 컴퓨터 보급과 함께 사람들은 집에서 업무를 보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도 일반화되지 못했다. 재택근무는 편리한 삶을 바라는 회사원들의 꿈이지만, 기업주에게는 업무 효율성과 관리 취약이 우려된다.

대기업은 생활방역 전환과 동시에 재택근무를 중단했다. 한계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인 온라인수업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시대를 떠나 인성교육은 중요시되는 부분인데 비대면교육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양질의 교육도 진행하기 쉽지 않아 당국은 코로나 재발을 우려하면서도 초_중_고 등교를 추진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교사와 학생은 학교라는 현장에서 소통해야 한다.

다만 원격진료 문제는 차원을 달리한다. 정부는 원격진료 도입을 10여년 전부터 추진해 왔으나 의사단체 반발로 본격적인 논의의 장에 오르지 못했다. 바이러스 창궐 시대에 원격진료 도입이 시급해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역시 밥그릇이 문제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 이후 문화공연과 영화는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즐기고 스포츠는 관중없이 치러질 것이라고 예단한다. 이 대가로 많은 업종과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지의 길을 가야 한다며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걸 '기우'라고 한다.

지금 단계에서 코로나 이후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물론 경제_산업 분야에서는 4차혁명이 가속화되고 뜨거나 사라지는 업종이 나타나고,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래도 국가_사회_경제_문화 대부분의 영역은 기존과 같이 인간의 직접적인 행위로 펼쳐질 것이다. 인간은 어우러져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DNA를 갖고 있으며, 그래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이게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코로나 이후를 상정하면서 지나친 상상의 비약, 검증되지 않은 가설과 주장 등이 난무하는 것은 현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기존 삶의 방식은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부담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취미_여가생활을 즐기고, 지인을 만나 식사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