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계가 대출·카드사용 등으로 진 빚(신용)이 올해 3월 말 현재 1천611조원으로,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주택담보대출이 15조원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 판매신용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말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천611조3천억원으로 2002년 4분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1분기 가계신용은 작년 4분기 말보다 11조원 늘었다. 증가폭이 작년 4분기(27조7천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작년 1분기(3조2천억원)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많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1분기말 기준 1천521조7천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17조2천억원 불었다. 역시 증가 속도가 작년 4분기(23조1천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작년 1분기(5조1천억원)에 견줘 빠른 편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5조3천억원 늘어난 858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증가액은 2017년 3분기(15조9천247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말 부동산 규제 발표와 공시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다주택자 등이 집을 내놓으면서 1분기 주택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19만8천호 수준이던 전국 주택 거래량은 4분기 29만3천호로 늘어난 뒤 올해 1분기에는 32만5천호에 이르렀다. 전국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 4분기 30만호에서 올해 1분기 35만호로 뛰었다.

여기에 강화된 전세대출 규제가 1월 말 시행되기 직전 몰린 대출 수요가 시차를 두고 통계에 반영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가계대출 변화를 창구별로 보면, 작년 4분기 말과 비교해 예금은행은 12조9천억원, 기타금융기관은 6조6천억원 늘었지만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경우 2조3천억원 줄었다.

기타금융기관 대출 증가는 주택금융공사 대출로 잡히는 서민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 모기지론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1분기 판매신용 잔액(89조6천억원)은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6조1천억원이나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만큼 갚아야 할 카드 대금 부담도 감소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