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30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과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가 인천시청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천시의원, 경찰청·교육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제공=인천시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불거진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 촬영이나 촬영물 유통 등 디지털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잔혹하고 가학적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른 일부에 불과하다. 디지털 성범죄는 정보통신 기술과 맞물려 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신종 디지털 성착취 등 가학적인 행위에 대한 시민 인식과 피해자 지원 대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범죄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시민참여형 감시 체계도 절실하다. 인천시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근절하고, 피해자가 안심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보호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불법 촬영, 촬영물 유통 등의 디지털 성범죄는 최근 10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의 24%를 차지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09년 834건(4.8%)이었던 불법 촬영 범죄는 2018년 6086건(19.0%)으로 급증했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불법 촬영물을 유통·소비한 범죄 역시 761건(4.4%)에서 1378건(4.3%)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인천 아동 성착취 범죄가 286건으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다는 통계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악의적 합성 영상 유포 등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불법 영상물이 제작·유포된 이른바 'n번방' 사건도 그중 하나다.

 

▲급속하게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

그동안 인천에선 여성긴급전화, 지원시설 운영 등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 지원 사업이 진행됐다. 24시간 핫라인으로 운영되는 긴급전화 1366을 통해 지난해에만 디지털 성폭력 71건, 성폭력 상담 808건이 접수됐다. 상담소(6개), 보호시설(3개), 해바라기센터(3개) 등 총 12개 지원시설에서도 5734건의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변형·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이나 해외 서버를 통한 불법 영상물 유포로 디지털 성범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범죄도 다양화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법 영상물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번져 나가며 2차 피해로도 이어진다.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등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양형 기준 등의 미흡한 법 체계도 문제로 꼽힌다.

 

▲유관기관 협업으로 성범죄 예방·지원

디지털 성범죄는 특정 기관만의 대응으로는 근절하기가 어렵다. 인천시가 지난 3월 말부터 인천시의회, 경찰청·교육청 등 유관기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는 배경이다.

시는 관계 전문가 회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및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를 통해 온라인·전화·방문 등 24시간 긴급신고체계를 강화하고,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해 심리·의료 치료와 소송 등을 지원한다. 여성가족부와 협업해 피해 영상물 신속 삭제, 심층 심리, 상담·수사, 법률 등 분야별 지원단을 꾸려 종합적인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유관기관 협업은 '디지털 성폭력 전담 민관 협력 추진단' 설치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검찰청·경찰청·교육청, 인천여성가족재단, 시민단체 등을 아우르는 협조 체계로 피해자를 신속히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디지털 성범죄에 공동 대응에는 플랫폼도 구축된다. 온라인으로 신고하면 상담과 법률 지원, 종합 정보 제공, 가해자 추적, 심리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피해자 지원센터 확대, 정부에 건의

시민 참여형 디지털 성범죄 대응 사업도 벌어진다. 시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동참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시민 모니터링단 운영, 범시민 교육과 시민주도형 캠페인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온라인 모니터링단은 올 하반기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일반인 50명 내외로 꾸려져 SNS 불법 촬영물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가해자를 추적하는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시는 모니터링단 교육과 활동을 지원한다.

범시민 교육과 인식 개선 캠페인도 확대된다. 시는 교육청, 인천여성가족재단과 초중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인권 교육을 열고,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 교육도 진행한다. 가정폭력 예방의 날인 매달 8일 '보라데이'캠페인과 연계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도 홍보된다.

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확대를 최근 여성가족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접수와 상담, 영상물 삭제 지원 등을 맡는 센터를 시·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진숙 시 여성정책과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악성으로 진화하는 가학적 행위이고, 아동·청소년이 피해자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관계기관, 민간 전문가와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 방지 쉼터 '드롭인센터' 문 열어

 

인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쉼터인 '드롭인센터(Drop-in Center)'가 문을 열었다.

인천시는 지난달 13일부터 드롭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드롭인센터는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가출 등 위기 상황으로 성매매에 유입되거나 성범죄에 노출되는 사례를 방지하는 일시보호 쉼터다. 잠잘 곳이 없거나 곤궁한 상황에서 성매매 피해를 받지 않도록 긴급 식사와 쉴 수 있는 공간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 지원 상담소인 '희희낙낙'이 운영하는 드롭인센터에는 방과 주방, 세탁실, 상담실, 프로그램실 등이 갖춰져 있다. 시는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의 현장·온라인 상담, 의료·법률 지원 등과 연계하면서 전국 최초로 야간 일시보호 사업을 추가했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은 드롭인센터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면서 전문 상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락처는 032-874-8297, 010-5058-8297, 카카오톡 'best8297'로 실시간 연락이 가능하다.

시는 “드롭인센터 운영으로 아동·청소년들이 생계형 성매매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탈 성매매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