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 창고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화재 현장은 흡사 폭격을 맞은 듯 참혹했고 모가 실내체육관에서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망연자실 통곡과 울부짖음이 메아리로 되돌아와 시간이 멈춘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왜 하필 또 이천이야. 2008년 재판이다, 인재다”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뭐 했냐, 관리 감독 안 하고”,“시공사가 공기를 단축하려고 무리수를 뒀다” 등 화재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말들이 쏟아졌다. 이천시는 곧바로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구성하며 발빠르게 대처했다. 장례, 의료, 보상, 합동분향소 지원 등에 인력을 투입해 역할을 맡았다. 1대 1 전담공무원도 배치했다.

유가족휴게실, 교통정리, 주차장 등 합동분향소 곳곳에선 이천시 자원봉사자들이 활약하고 있고 유관 사회단체들은 조문으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천시 범시민 추모위원회'는 18일부터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애로 사항을 직접 살펴 지원하고 있으며 재발방지와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시민추모 참여유도와 발인제를 지원한다.

사실 이천시는 비상상황이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확산, 재난기본소득 관련 업무에 이번 한익스프레스 물류 창고 화재까지 엎친 데 겹친 격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업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천시 공직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급기야 며칠 전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업무 중이던 보건소 직원이 과로로 쓰러졌다. 이 직원은 지난 3월부터 이천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역학조사업무에 투입됐다. 본연의 대민 서비스업무와 이천시 주력 사업이 뒷전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이천시민과 공직자들은 모든 재난과 이번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서 보듯이 진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철저한 수사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화재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장례절차나 보상문제는 지지부진하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그동안 유가족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화재 참사 발생 시 책임자 처벌 여부나 책임의 경중과 관계없이 중앙정부에서 법률로 정한 적절한 위로금을 먼저 지급하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치유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이천시와 시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천시와 시민들의 수고와 열망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강력한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기대해 본다.

 

홍성용 경기동부취재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