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 환경오염 인과응보 같아
자연 보호 앞장서란 과업받은 기…
어려운 시기, 이웃 더 배려·베풀어야”

불교국가 베트남 이주민 국내 25만명
외로움 안타까워 베트남불교센터 세워
작년엔 인천불교문화진흥원 설립
포교활동·교류 넘어 장학금 지원도
▲ 법륜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에 등불을 켜는 건 욕망과 어리석음으로 꽉 찬 인간 내면의 등불을 밝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다 보니 인간이 지구와 환경을 오염시킨 인과(因果)에 대한 자연의 응보(應報)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21세기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했거든요.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면서 사느냐의 문제이지요. 앞으로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좋은 공기, 맑은 물, 깨끗한 흙, 푸른 나무 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리고 보호하는 데 앞장서라는 큰 과업을 받은 것 같아요.”

인천 청량산 흥륜사 주지 법륜(法輪) 스님은 “어려울 때일수록 남을 더 배려하고 이웃에게 더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지난해 12월 사단법인 인천불교문화진흥원을 설립했다. 불교 경전을 널리 알리고 세계불교계와 교류, 찬불가 등 불교음악을 발전시키는 포교와 함께 경로사상과 충효사상을 고양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한다. 특히 다문화 시대를 맞아 베트남 이주민을 위한 불교문화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사는 베트남 이주민이 2세들까지 25만명이 넘어요. 특히 여성들은 다른 나라에서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문화적 갈등이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부간 또는 고부간의 갈등을 부처님 말씀으로 해소하고 제2의 고향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베트남불교문화센터를 만들었지요.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원래 불교국가에요. 베트남 정부에서 스님 두 분을 파견해서 함께 일하고 있어요. 지난해 12월에 열린 '다문화 가족을 위한 축제'에는 20명 넘는 베트남 고승들이 와서 법회를 열었어요. 그동안 300명가량의 베트남 불자와 스님 등이 세차례 다녀가기도 했어요.”

법륜 스님은 1960년도 3월13일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당시 세속의 나이 14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분은 청담(靑潭) 스님으로 조계종 초대 총무원장과 2대 종정을 지냈던 '동양의 보살'로 불리던 분이다. 흥륜사와의 인연도 청담 스님 덕분이었다.

“흥륜사는 고려 때 지어진 청량사라는 절이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소실되어 터만 남았는데 하진명 스님이 인명사로 다시 지었어요. 그런데 1966년 음력 4월13일에 청담 스님께서 '인천에 인명사라고 있는데 가서 도와주라'고 하셔서 처음 왔다가 그해 8월13일에 주지로 다시 오게 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법륜 스님은 인천에서 포교활동을 벌이면서 인명사에서 30년에 걸친 중흥 불사를 이룬 후 부처님 진리를 널리 전하여 국가와 국민을 부흥시킨다는 뜻으로 흥륜사(興輪寺)로 부르게 됐다.

또 인천녹색연합 대표로 환경운동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인천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와 굴업도핵폐기장 반대 공동대표 등 다양한 사회활동과 사회통합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1991년 인천 간석동 성당에서 가진 설법은 당시 언론에 '200년 만에 부처님과 예수의 악수'라며 소개됐다.

“제가 스님들보다 목사님, 신부님들을 더 많이 알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최근 잇따라 선종하신 나길모 주교님과 김병상 신부님은 20년 넘는 친구지요. 해마다 연말에 기독교, 천주교, 불교 연합합창제를 열고 그동안 민주평통 활동을 하면서 호국영령추모제와 남북통일기원 타종식을 20차례 넘게 개최하며 통일기반다지기운동,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등이 인정받아 지난 2018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영광을 누렸지요.”

법륜 스님은 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 연기돼 오는 30일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회 준비를 하느라 몸도 마음도 여념이 없다. 오랜만에 열리는 공개행사이고 부처님 사리탑 준공식이라는 의미있는 행사가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모든 인간이 하늘처럼, 부처처럼 존귀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려 함이지요. 법화경의 '인불사상'처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 극락불국정토가 저 먼세상에 있는게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다는 의미에요. 이번 초파일 봉축법회에 그동안 공들여온 세계최초로 청동으로 제작한 세계평화기원탑 점안식이 있는데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진신사리 8과 중 5과를 탑에 모시려고 해요.”

“적든 많든 남에게 베푸는 것은 천년이 지나도 공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청담 스님의 가르침을 평생 실천하고 있는 법륜 스님은 흥륜사 홈페이지, 카페, 페이스북 등 SNS를 직접 관리, 운영하며 불자는 물론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페이스북 친구만 5000명이 넘어요. 흥륜사 소식이나 일상에서 느낀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많은 분이 공감하거나 댓글을 달아주고 서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일이 재미있어요. 올해 음력 4월이 윤달로 초파일 행사를 치를 수 있는게 모두 부처님의 뜻인 것처럼 모두 힘든 시기인 초파일에 등불을 켜는 건 결국 욕망과 어리석음으로 꽉 찬 인간 내면의 등불을 밝히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때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