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벤치마킹…성공시 국내 최초
축구·핸드볼 리그일정 달라 운영 용이
시·체육회 연속 접촉 적극적 설득작업

시 “예산증액 요구하면서 근거는 빈약”
체육회 “채무상환 계획 먼저 제시해야”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가 인천시청 핸드볼팀을 인수, FC(Football Club)를 넘어 SC(Sports Club)로 거듭나겠다는 구상 아래 잰걸음을 치고 있다.

스포츠클럽(SC)은 하나의 클럽에서 두 개 이상의 스포츠 종목을 같은 이름으로, 동일 연고지에서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구단 중 첫 시도로, 신선하고 야심찬 발상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 등 인천시를 설득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풋볼클럽(FC) 넘어 스포츠클럽(SC)으로”

인천 구단은 인천시청 핸드볼팀 인수를 통해 인천유나이티드란 브랜드가 축구 한 종목만을 운영하는 단일 풋볼클럽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종목을 소유한 전국 최초의 복합 스포츠클럽으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이 그룹 차원의 스포츠단을 만들어 여러 종목을 운영하고 있지만 종목별로 연고도 다르고, 별도의 프런트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진정한 SC라고 보기 어렵다.

인천 구단은 이와 달리 인천을 연고로, 향후 국제적 역량을 갖춘 한국 최초의 SC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의 사례도 참고했는데,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는 모체인 축구팀이 산하에 농구팀 레알마드리드 발론세스토를 운영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역시 축구클럽 산하에 농구·핸드볼·아이스하키·풋살·럭비·휠체어농구 등의 팀을 두고 있다. 포르투갈의 FC포르투도 축구클럽 산하에 농구·당구·수영·사이클·핸드볼·복싱 등의 팀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선 카타르의 알사드 SC가 축구팀을 모체로 농구·배구·핸드볼팀을, 일본의 FC도쿄 역시 모체인 축구팀 외에 배구·미식축구팀을 운영 중이다.

인천 구단도 이를 벤치마킹함으로써, 향후 명실상부 인천을 대표하는 시민구단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시·도민구단의 모범으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다.

핸드볼팀 인수는 이런 미래에 다가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조건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핸드볼은 겨울에 열리는 실내스포츠라 축구 리그 일정과 크게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구단의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발휘, 마케팅이나 홍보 등에서 핸드볼팀을 전문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다. 이에 인천 구단은 최근 인천시체육회와 인천시를 잇따라 접촉, 해당 계획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다.

 

▲“예산 증액 요구하면서 근거는 주먹구구”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인천시의 반응은 일단 시큰둥하다.

인천시가 인천시체육회에 위탁해 운영 중인 핸드볼팀을 위해 지원하는 금액은 연간 약 9억원이다.

그런데 인천 유나이티드가 핸드볼팀 인수 조건으로 인천시에 지원을 요구하는 금액은 연간 약 15억원이다.

인천시 입장에서 보면, 현재 연간 9억원을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팀을 인천 구단에 넘겨주면서 6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실익이 전혀 없다.

또 핸드볼팀 인수 과정에서 인천 구단의 자체 투자 예산이 전혀 없다는 점도, 인천시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인천 구단은 인천시의 지원금 15억원에 후원 수입 1억원, 선수 이적료 수입 1억원, 인천시체육회 지원금 1000만원(전국체전 출전비), 입장료 수입 3000만원 등을 더해 17억4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은 없고, 모두 외부에서 조달하겠다는 방식이다.

게다가 세부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도 빈약하다는 게 인천시의 판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정식 회의를 한 것이 아니라, 인천 구단에서 시체육회와 함께 만나자고 연락이 와 잠시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엔 계획이 좀 주먹구구다.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예산을 시에 요구하려면 좀 더 구체적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핸드볼팀의 규모가 커 평소 운영에 부담을 느끼던 인천시체육회도 인천 구단이 이를 인수하겠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천 구단이 핸드볼팀을 인수하면 지금보다 더 잘 관리해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인천 구단이 과거 비상운영을 선언했던 시기인 2015년 빌린 14억원(원금 10억원, 이자 4억원)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채무상환 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해당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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