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는 아기의 마지막 생명줄입니다.” 군포의 한 교회에 내걸린 현수막 내용이 특별한 울림을 준다. 가정의 달을 맞아 태어나자마자 부모에 의해 버려지는 새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베이비박스(baby box)는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를 말한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 12월이다. '생명존중'이란 순기능도 있지만 '신생아를 유기할 기회를 열어준다'는 역기능도 혼재한다. 법적으로 허가된 시설이 아니다.

그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와 서울시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등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6년 전에 생긴 새가나안교회의 베이비박스에는 지금까지 128명이 넘는 아기가 거쳐 갔다. 첫해에만 28명이 맡겨졌고, 올해 들어 4명이 들어왔다. 이용자는 상당수가 미혼모들이다. 대부분 출산 노출을 꺼려 출생신고를 거부한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도 원인 제공 요소로 작용한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동 가운데 97%가 시설로 가고 입양이나 가정위탁 등 가정으로 가는 아동은 불과 3%에 그쳤다. 부모를 알 수 없는 2세 미만 영아가 대부분인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 실태가 확인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 962명 가운데 929명(96.6%)이 시설로 보호조치됐고, 가정보호(입양·가정위탁)는 33명(3.4%)에 불과했다. 시설로 보호조치된 아동 929명 중에서도 이후 가정보호로 변경된 비율은 13.8%(128명)에 불과했다.

아동복지법 등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 다른 가정 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게 돼 있다. 보호 아동을 위해 '시설'보다는 '가정' 제공이 기본원칙이고, 특히 2세 미만 아동은 가정위탁 등으로 우선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출생신고가 된 아기에 한해서만 입양이 가능한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라 이들은 입양의 기회를 갖지 못해 대부분 일시보호시설 등에 대기상태로 있다가 보육원 등으로 가게 된다. 아기를 입양 보낼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도록 하는 등 입양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는 아기들이 이른 시일 내에 정착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보호대상 아동 지원에 따른 암초는 또 존재한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그것이다. 인권단체와 미혼모연대 등은 “영아 유기를 방조하는 불법시설”이라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존치론자들은 “부족한 복지체계 때문에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가 아기를 버리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논란에 그동안 베이비박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도 몇 차례 논의만 있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다.

영유아 유기를 막기 위해 산모가 아기를 낳고 익명으로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도 발의됐으나 시민단체와 미혼모단체 간 찬반이 갈려 이마저도 2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그러나 관련 법의 유무를 떠나 국내에서 태어난 귀한 생명이 우리의 품 안에서 사랑으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부가 나서 베이비박스 아동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유기 아동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지원 망을 통해 자립 능력을 길러주고, 기존 미혼모 지원정책에 대한 미비점 등을 우선 보완하기를 기대한다.

 

전남식 경기 중부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