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
복원 중 경술국치 찬양 상량문 발견
“9월 도 문화재위 심의 때 관철할 것”
▲ 박성수 서이면사무소 퇴출운동본부 본부장이 옛 서이면사무소 앞에서 일제 수탈 현장 철거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인 옛 서이면사무소는 반드시 철거돼야 합니다.”

박성수(65) 옛 서이면사무소 퇴출운동본부 본부장은 “일본은 36년 동안 우리 민족의 혼을 짓밟아 놓고 아직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기억은 지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본부장은 “경기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옛 서이면사무소가 안양역 인근 최대 상가 밀집지역인 일번가에 자리하고 있어 건축에 제한을 받는 등 지역 발전을 해치고 있다”며 2018년 11월 지역 상인들과 함께 서이면사무소 퇴출운동본부를 발족했다.

그는 “안양 8경의 하나로 젊음의 열정이 넘쳐나는 일번가가 문화재로 지정된 일제 수탈의 현장 때문에 점점 낙후되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고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시는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도에 문화재 지정 해제를 신청했으나, 도 문화재위원회는 2016년 5월 회의를 열어 근대화 과정의 아픈 역사가 보존돼 있다며 부결했다.

박 본부장은 “그때는 문화재 지정 해제에 대한 의지가 약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오는 9월 도 문화재위원회 심의 때 이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출본부 발족 이후 현재까지 4000명 가까이 서명을 받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중단된 서명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이면사무소는 1941년 10월까지 서이면 면사무소로, 이어 1949년 8월까지 안양면 면사무소 사용되다가 안양의 읍 승격 이후 읍 청사를 신축하면서 개인에게 매각돼 병원과 음식점 등으로 사용됐다.

경기도는 서이면사무소가 지역에 남은 유일한 고건물로 가치가 있다며 2001년 1월 도 문화재 자료 100호로 등록했고, 시는 29억2700만원을 들여 이를 매입하고 복원작업을 벌여 2003년 12월 공개했다.

그러나 해체 복원과정에서 상량문에 경술국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는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에 맞춰 상량식을 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어서 친일 잔재 논란이 불거졌다.

박 본부장은 “서이면사무소 논란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도에서 추진하는 문화예술 일제 잔재 청산 사업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양=이복한 기자 khan493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