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발열 등 건강체크·진학 상담
해마다 재계약 … 기피 업무 도맡아
16년 차 기간제교사 A씨. 지난 15일 학교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교정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만큼이나 고요하고 적막하다”며 씁쓸함을 자아냈다.
▶관련기사 2면
오전 8시. 학교에 도착해 제일 먼저 전날 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수강 여부를 파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하루의 안부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면 훨씬 전달이 잘 될 텐데”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오전 8시40분. 조회 시간에 맞춰 SNS와 영상 통화로 학급 아이들의 출석을 확인했다. 차분하게 발열 등 건강 상태 체크 및 수업 일정과 진학상담 계획을 안내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 정규 수업시간에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과의 부족한 단방향 수업을 보완하기 위해 수업 중 알아야 할 핵심 개념과 평가 문항을 편집한 별도의 자료를 마련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느라 애를 썼다. 수업이 없는 시간은 진학상담이 필요한 학생과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체계적인 수능 공부에 관한 조언으로 활용한다.
오후 4시30분.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면 오전과 마찬가지로 학급 아이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외출 자제와 자기 주도 학습을 독려하며 담임 업무를 마무리했다.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 오히려 정규교사가 꺼리는 업무를 맡는 경우도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업무가 바로 담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과 가족의 건강 확인 및 동향 파악은 물론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참여 여부 확인도 일차적으로 담임 업무다. A교사는 “학생 간 폭력 및 사이버 폭력 등으로 학부모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학생 인권 담당 부서 역시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라며 “이 또한 기간제교사가 맡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교사와 달리 해마다 근무 실적을 토대로 재계약을 하는 기간제교사의 특성상 이런 기피 업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성과급(incentive)이 많은 것도 아니다. A교사는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교사와 성과급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있지만 역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와 만난 날은 스승의 날이었다. 그는 올해 스승의 날이 무척 슬픈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이 위기를 이겨내고 아이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더는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 쓸쓸한 스승의 날에 큰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