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이후, 유례없는 북미 관계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북미협상은 진전 없다가 2019년 10월 스톡홀롬 북미 실무협상 이후 정체되어 공식 대화가 중단된 상태이다. 남북관계 개선도 평창올림픽 이후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관개개선의 여지를 한껏 높였지만 북미관계 개선과 연동되어 지금은 모든 북한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중단된 상황이다. 그동안 북미 양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협상의 선행조건과 협상을 통한 성과 인식에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으며 우리 정부도 북한 핵 폐기 합의 이전 단계에서 북미간 신뢰구축을 위한 선행조치로서 종전선언, 남북경협 재개 등을 추진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북미 모두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해 '상호 협력의 길' 보다는 익숙한 '각자의 길', 즉 현 상황 유지에 안주하고자 하는 유인이 더 강화될 우려가 있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호 협력의 길이 있더라도 북미는 위험 부담 최소화 입장으로 여전히 소극적, 적대적으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찿아서 나가자” 라고 역할론을 주창 했다. 북미 교착 상태에서 실천 가능한 남북협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북측의 호응이 여전히 관건이지만 기존에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도 있고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 승인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관광, 철도연결, 보건 협력등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모두 대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남북이 모두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다시 2차 팬데믹이 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감염병 방역을 함께 대비하고 공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신뢰를 제고 시켰기 때문에 정부는 이 전략자산을 바탕으로 한반도 펑화체제 구축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성공적 대처의 본질은 질병위기에 대한 정부와 국민 간 공감대 형성에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 군사적 위기에 대한 교감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 설득과 동시에 북한 및 국제사회의 동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4·15 총선 민의는 집권당 중심의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 있는바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 세계 및 한국적 경제난 확산, 물자확보를 위한 남북 간 인적, 물적 교류 확대가 한반도 평화 유지의 첩경임을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북미 상호간 신뢰구축 차원에서 북측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인으로 논의되어 왔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한미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은 남북경협 재개 허용을 한미의 핵심적 양보 내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북미 상호간의 신뢰 구축을 위한 선 행동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입장이다.

신흥안보 영역의 남북 협력 사업으로 K-평화(한반도형 평화)를 위한 코로나19 이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다. 개성공단 재개 시나리오가 성사될 경우, 향후 남북은 공동으로 코로나19 이후 산업안전보건, 방역 등 경성안보 분야에서 취약성을 드러낸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K-평화 공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미개발된 공단 예정지 2000만평을 활용해 향후 미국, 유럽 등의 해외기업 참여 유치를 통해 국제사회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국제사회에 평화정착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남북에 기회일수도 있기에 코로나19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21대 국회 외통위와 남북특위 중심으로 확인된 민의를 바탕으로 5·24 조치를 해제하고 4·27 판문점 선언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을 설득하고 나아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바꿀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한용 신한물산(주)대표 인하대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