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씨 작년 산재사고로 사망
검찰 불기소에 시민사회 재정신청

수원시장 “안전 우선돼야” 탄원서
민노총,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촉구

경기도 내에서 허술한 안전관리로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산재 사고를 낸 건축주와 시공사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대형 산재 사고가 나더라도 건축주와 시공사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일하는2030 등 시민단체는 지난 3월 고 김태규씨 산재 사망사고 현장의 건축주와 시공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재정신청을 수원고등법원에 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사건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고발인이 법원에 결정이 타당한지 가려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건축주와 시공사 대표 등을 불기소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참사 원인도 고 김태규 씨 사고와 마찬가지로 현장의 안전부실로 인한 참사로 지목되면서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원청의 막대한 법적 책임이 누락된 부조리가 그동안 쌓인 처참한 결과라는 견해에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안전이 기업의 우선순위가 되도록 책임을 중대하게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이날 법원에 냈다.

염 시장은 탄원에서 “산재 사고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현장 안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라며 “바뀌는 게 없다면 사람 목숨과 돈을 저울질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천명, 만명이 죽어도 막을 수 없다”고 썼다.

이어 “한 청년의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마련해달라”며 재판장에 간곡히 호소했다.

이천 물류창고 참사와 고 김태규 산재 사고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없애고자 탄원서 동참한 시민은 1500명이 넘는다.

건축주 등 원청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움직임도 다시 불붙고 있다. 민주노총경기도본부와 고 김태규씨 대책회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은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사망사고를 낸 원청이 버젓이 운영할 수 있는 관행을 막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된다”며 “엄벌 등으로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본부장도 “12년 전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당시 책임자가 처벌받았다면 이번 사고는 반복되지 않았다”며 “법적인 책임은 벌금만 물고 있는 현실이 유지되는 한 되풀이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김태규씨는 지난해 4월10일 오전 8시20분쯤 수원 고색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현장 5층에서 문이 열린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경훈 기자·김중래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