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보는 북한사람의 이미지는 '가난'과 '기아'이다. 2019년의 한성옥 씨 탈북모자 사망 당시, 그들 모자가 '아사'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놀라운 속도로 한국 사회 전역에 퍼졌고 기정사실화됐다. 이는 아마도 '아사=북한'라는 이미지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탈북민들은 한 씨의 사망원인을 아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적 자리에서는 조심스럽게 한 씨의 사인이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을 내놓곤 했다.

탈북모자 '아사' 추정 뉴스의 한국 사회 확산현상은 우리 머릿속의 북한의 이미지가 고난의 행군기(94~99년) 당시의 '아사 사건'이 각인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식량배급이 끊긴 북한사람들은 기아와 병으로 죽어갔고, 그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증언들이 널리 퍼졌다.

이후 가난과 아사는 북한과 북한사람들의 이미지가 되었다. 이 용어에는 약간의 죄의식이 있지만 동시에 상대에 대한 모멸감과 비하감도 스며들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인구사회학자 박경숙 교수는 2008년도의 북한인구 센서스에 기초하여 북한인구의 감소를 추정했다.

'코호트요인법'을 이용한 분석결과, 경제난에 따른 인구의 손실은 1993년에서 2008년에 걸쳐 88만 여명에 이른다고 보았다.

박경숙은 인구 손실 중 약 49만 여명은 사망으로, 29만 여명은 출산율 감소로 줄었으며, 약 10만 명은 이주와 그에 수반된 출산율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기를 고통이나 아사 그 자체보다도 고통을 극복한 사람들로, 불굴의 정신으로 죽음을 이겨낸 스토리로 기억하고자 한다. 마치 수천 년 전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맞선 싸운 안시성의 사람들처럼.

한성옥씨 모자 사망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우리가 북한사람의 이미지를 아직도 '가난'과 '기아'의 일방적 안경을 쓰고 바라본다면,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거만하고 그들을 무시하며 내려다보며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을까?

 

김화순 한신대 통일평화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