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지구는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 속의 작디작은 무대”라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닿는 때이다. 무한하고 광막할 것만 같은 세상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던 78억의 전 세계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인 채 작디작은 지구라는 무대에서 서로 얼마나 촘촘히 연결돼 살아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는 특정 지역과 특정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된 이후 지난 8일까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367만명, 사망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감염병)' 선언 이후 신종 질병의 불안 속에 전 세계 인구와 자원의 이동을 막으며 유례없는 경제 위기를 맞았고 속수무책의 혼란 속에 미증유의 사건과 현상을 경험하며 새로운 인식과 흐름이 형성됐다.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진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무엇이 우리의 삶에서 새롭게 출현하게 될지, 새로운 시대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보다 능동적이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40조원의 기간산업 지원 등 총 85조원 규모의 경기 대응책을 밝히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견지하기 위해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을 추진할 기획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뉴딜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편 정책으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산업 생산 능력을 제고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이른바 정부 주도 정책의 일환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는 상황에 한국형 뉴딜정책이 절실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양호하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2%와 +1.9%로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 경제의 중심이 점차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을 서둘러 아시아에서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할 경우 우리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은 디지털 기반,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뉴딜정책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의 3대 혁신 프로젝트는 크게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로 축약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 회복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IT) 산업의 경우 기존의 단순한 기술과는 달리 프로그래밍 능력과 컴퓨터 활용능력 등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하므로 기존 기술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수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촘촘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정책적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K-방역'이라 불리며 코로나19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K-방역국가로 불리는 이유는 국경 폐쇄, 지역 봉쇄, 이동 제한을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이며, 신속한 검진과 투명한 공개로 대응한 데 있다. 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보여준 국민의 힘을 세계 언론은 집중 보도했다. 의료진은 감염지역 파견을 자원했으며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후원과 구호물품 보내기에 동참하며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됐다.

이렇듯 우리가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코로나19라는 암흑의 터널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제도의 정착과 그러한 제도를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국민적 힘에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J.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서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도전적인 자세와 국민적 공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경제 위기를 새로운 도전을 향한 도약의 계기로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K-방역을 넘어 'K-경제'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