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8일 승객을 태우지 않은 A380 항공기를 24차례나 띄웠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하늘에서 비행기가 거의 사라진 마당에 반갑기는 하나 사연이 황당하다.

항공기 조종사들의 운항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90일 동안 3차례 이상 운항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평상시와 같이 비행이 많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 됐다.

특히 장거리를 운항하는 대형 비행기 조종사들이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행기가 뜬 것이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정상적인 비행이 아니라, 단지 규정을 지키기 위한 목적의 운항이다보니 승객이 있을 리가 없다. 조종사들은 비행기를 번갈아가면서 탔다고 한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20여분 비행하다가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대한항공은 이착륙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있어 빈 비행기를 띄우지 않아도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시뮬레이터를 보유한 태국 항공사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빈 항공기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조종사들의 운항자격 유지를 위해 인천공항에서 비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빚어진 진풍경이다. 아무리 조종사들의 운항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빈 비행기를 운항하는것은 뜬금없고 비상식적이다. 운항에 소요되는 연료비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비상시국에 단지 규정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적합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작금의 상황을 항공당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빈 비행기 운항을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다. 규정은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예외가 있는 법이다. 도식적인 규정보다는 현실과 상식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관계당국은 빈 비행기 운항사실을 알면서도 규정을 들어 방치했다니 고지식한 행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