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수많은 생명의 땅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영양성분 또한 풍부하다. 생산성이 아주 높은 생태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20% 가량이 갯벌에 기대어 살아간다고 한다.

인천·경기만 갯벌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해안 갯벌의 핵심으로, 한강·임진강·예성강 하구에 위치한다. 그래서 퇴적물이 다양하게 조성돼 역동적이다. 인천·경기만의 경우 조석 간만의 차가 최고 9m 이상으로, 갯벌의 발달을 돕는다.

인천·경기만의 대부도 갯벌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네트워크(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EAAFP)에 등재됐다. 2017년 3월 국가연안습지보호지역 지정과 2018년 경기도 최초 람사르 습지 등록에 이어 거둔 성과다. 철새의 중요한 기착지와 이동 경로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산시는 대부도 갯벌의 보전과 보호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서해안 대부도 갯벌을 포함하고 있는 EAAFP엔 전 세계 9개 철새 이동 경로 중 가장 많은 철새가 이동한다. 대부도 갯벌은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중간 기착지이다. 철새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EAAFP에 오른 곳은 안산 대부도 갯벌을 포함해 철원평야(1997), 천수만(1999), 우포늪(2008), 금강하구(2010), 송도 갯벌(2019) 등 16개 지역이다. 세계적으론 19개국 147곳에 총면적 2310만여㏊가 등재됐다.

갯벌의 중요성은 철새 이동 경로뿐만 아니다. 갯벌 생태계엔 각종 어류를 비롯해 갑각류, 연체동물, 바다새, 해초류 등 수많은 생명이 살아간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지만, 그동안 인간의 탐욕으로 엄청난 갯벌이 사라져야 했다. 국토 확장의 대상으로 여겨져 야금야금 매립돼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남아 있는 국내 갯벌 면적은 2500여㎢로, 전 국토의 2.4%에 달한다. 이젠 더 이상 갯벌을 수탈의 목적으로 바라보아선 안 된다. 자연 그대로 나둬 상생·공존할 수 있는 삶의 터로 삼아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갯벌 보호·복원·관리는 물론 습지보전운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