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출생등록제도'

이 제도는 출생한 모든 아동은 법적 지위, 국적과 관계없이 태어난 나라의 정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4조2장은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2항에도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국제협약 모두 보편적 출생신고제도의 필요성, 다시 말해 어떠한 아동이라도 '출생 사실'과 '신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문화한 것이다.

며칠 전 기자는 미혼모가 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구롤라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그녀는 연수 중 같은 국적의 남자를 만났고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 아빠는 임신 소식에 이별을 통보하고 본국으로 떠난 뒤였다.

그런데 딱한 것은 아기가 난치성 희소병을 얻고 미숙아(28주 추정)로 태어났음에도 어떠한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기는 현재 한양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힘겹게 생명줄을 붙잡고 있다. 정상적인 미숙아보다 건강이 좋지 않아 합병증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롤라씨는 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무등록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용을 감당할 처지가 못된다. 더 큰 문제는 아기가 출생국이나 부모국적국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기 또한 무등록 이주 아동 신세이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본인과 부모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병원 진료, 학교 진학 등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한다. 물론 교통카드 발급, 휴대폰 가입, 은행 이용 등의 사회·경제활동이 제한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외국인 부모의 일방 또는 쌍방이 무등록 외국인인 경우, 자녀도 무등록 이주 아동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에 있는 국적국 대사관 등의 관청에 가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불법체류 사실이 들통나 강제추방될 것이 두려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 숫자는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등록 상태이므로 그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누락 없는 출생등록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위기 아동 발굴 및 보호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방안을 마련하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주문에 대해서도 출생통보제 및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행법 제도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자유권위원회 등은 한국 정부에 보편적 출생신고제도의 도입을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다. 국제협약을 지키라는 주문이다. 국제협약은 국제법적인 효력을 가지도록 국가 간에 문서의 형식으로 맺은 국제적 약속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이종철 경기동부취재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