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자생적으로 조성
제조업 2000여개 '다닥다닥'
화재 취약·대형사고 위험성
해마다 발생 … 올해 벌써 4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인쇄단지의 화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방과 행정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고양시와 일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20여년 전 조성된 장항동 인쇄단지 일대의 사업체는 2000여개로 약 1만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업종은 인쇄출판업을 비롯해 화학, 고무와 플라스틱, 금속가공 등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다.

문제는 이 일대 화재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 14건, 2019년 12건에 올해만 4건으로 매달 1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집계된 재산 피해액도 60여억원에 이른다.

건물 대부분이 불이 잘 붙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창고나 공장인 데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화재에 취약하고 옆 동으로 번지기에 십상이다.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불이 다른 건물에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지난 3월 이 일대 인쇄업체 한 곳에서 난 불이 옆에 12개의 업체로 옮겨붙으면서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고, 지난해 12월에도 의료기기 제조업체에서 처음 불이 났지만, 인근 7개 업체 건물이 모두 타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소방서나 고양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일대가 계획적으로 개발된 산업단지가 아니라 개인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공장지대기 때문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계획적으로 개발된 산업단지의 경우 애초에 도로계획도로를 만들어 소화전을 설치하는 등 화재 예방시설을 잘 갖춰 화재 위험이 적은 편”이라며 “고양시는 수도권정비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으로 분류돼 산업단지 조성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방서는 업주에게 화재에 취약한 요소를 알리거나 소방시설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매주 인쇄단지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과 예방을 위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순찰도 하며 화재방지를 하고 있다”며 “공장시설안전대책에 따라 주기적으로 관할 센터에서 관리카드를 작성하게 하고 주의사항도 우편으로 발송하는 등 화재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양=김재영·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