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서구 세어도 선착장부터 남동구 소래포구까지 걸으며 제대로 바다를 만날 수 있단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대신 수많은 대형차량과 시설을 만났다.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몸이 휘청인다. 먼지와 소음으로 말하고 듣는 것이 쉽지 않다. 간간이 철조망 너머로 갯벌과 바다가 보이긴 하나 안정적인 공간은 아니다. 인천시는 해양친수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철책을 걷어 내겠다고 한다. 철조망을 걷어낸다고, 과연 해양친수도시라 할 수 있을까?

인천항은 인천 경제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만큼, 수많은 물류의 수출입이 이뤄진다. 유류, 시멘트와 모래, 철재, 석탄, 목재, 사료와 양곡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물자를 싣고 먼 바다를 항해해 도착한 대형선박, 선박에서 물자를 하역하는 과정, 물자를 또다시 필요한 곳까지 차량에 실어 이동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과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환경, 특히 미세먼지 문제에 온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시행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종합적인 미세먼지 관리체계를 만들어 2022년까지 항만지역의 미세먼지를 2017년보다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5년마다 항만 대기질 개선 종합계획 수립,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과 저속운항해역 설정, 5등급 이하 경유차 출입 제한, 이동측정망을 활용한 항만지역 대기질 측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항만 내 배출원별 배출 실태, 배출물질의 이동 및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배출량 산정 방법을 체계화해 인천항만 배출 실태를 명확히 확인해야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배출 실태를 정확히 확인하겠지만, 현장에서도 주요한 먼지 배출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철스크랩(고철)을 실은 대형차량들이 수백미터에 걸쳐 줄지은 모습이다. 북항에 위치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두산인프라코어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대형차량이 오가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철업소 자체에서 발생하는 먼지도 만만치 않다. 영흥석탄화력발전소 다음으로 먼지 발생량 2위 시설은 제철업소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졌으나 제철업소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2017년 대비 2018년 40% 이상 증가했다. 설비 자체가 오래되다보니 방지시설이 훼손, 부식, 마모되는 일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남항에 위치한 석탄부두, 모래부두 미세먼지에 대한 주민 민원도 끊임없다. '2016년 제3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16-2022)'에서 석탄부두는 동해항으로, 모래부두는 서구 거첨도로 옮겨갈 계획이었다. 같은 이유로 동해와 서구 주민들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석탄부두를 동해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동해항 석탄부두 건설이 지연되고 있고, 남항 석탄부두 임대 기한이 3년 연장되면서 사실상 폐쇄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동해항 이전 여부를 떠나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인 석탄부두가 도심 한복판이 위치하고 있는 부분은 따져볼 일이다. 특히 석탄화물열차조차장문제가 인천내항 1·8부두 개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국내 수입목재의 절반 이상이 수입되는 곳, 각종 건설현장의 콘크리트를 공급하기 위해 레미콘 차량이 즐비한 곳, 크고 작은 선박수리업체가 위치한 곳. 그래서 각종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곳이 인천항과 주변지역이다. 인천항과 주변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관계기관만이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천시 내에서도 부서 간 업무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변지역 관리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현재 배후단지 및 항만 보안구역 그리고 이 외 항만물류·수송 관련 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확인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광역시의 업무연계도 필요하다.

인천내항 8부두 일부가 개방되었으나 주차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콘텐츠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인천항과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항만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원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린포트를 실현하는 것은 시민들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인천항의 경쟁력이자 생존전략일 것이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