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UN 인권이사회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대해 온라인 아동 성매매 및 그루밍 등을 포함해 성폭력 및 성적 학대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아동·청소년은 나이, 성별, 인지능력, 지위, 체력,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권력 불균형이 존재하므로 아동에 대한 모든 성적 행위는 성착취에 해당한다. 특히 성매매는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장기간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침해를 수반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문제를 청소년의 일탈 문제로 다루면서, 마치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써 성매매를 선택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는 가족,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고립·방치되는 청소년들의 심리적·경제적 취약성을 간과하고 성착취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더욱이 가해자를 성매매를 미끼로 10대에 의해 행해진 범죄의 피해자로 바라보면서 가해자가 처벌을 피해 가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성매매를 성착취로 규정하고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호하고 있다. 영국은 중범죄법(Serious Crime Act 2015)에서 '아동 성매매'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착취'와 '학대'라는 용어로만 사용하게 했다. 이는 아동은 성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성매매에 연루된 모든 아동은 피해자이고 상호 합의 또는 아동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바꿈으로써 법정 안에서 피해자의 신뢰성을 약화하고 모욕감을 주었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4월30일 국회본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개정은 성매매 대상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개정전 '아청법'에서는 성매매에 유입되는 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하지 않고 성을 사는 행위의 '대상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해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부과했다. 이렇듯 소년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빌미로 성 매수자나 알선자들이 해당 아동·청소년을 협박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개정법의 주용 내용은 '대상아동·청소년'을 삭제하고 '피해아동·청소년'에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포함하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처분을 폐지한 것이다.

아청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학대 및 성착취의 문제가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조건만남 청소년의 74.8%가 채팅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성범죄의 심각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인터넷 활용 및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은밀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온라인 그루밍, 몸캠피싱 등 아동의 성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신종범죄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2013년 이후 채팅앱이 유입통로로 이용되면서 더욱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채팅앱은 이용자들이 앱을 통하여 접속하면 1대 1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3자가 성착취 가해자를 발견해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성범죄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채팅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에 기반한 성착취의 많은 비율이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은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성적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행위로서, 성착취의 전(前)단계에서 행해지는 성범죄의 한 유형으로 취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루밍 이후 협박, 폭행, 영상물 유포 등의 범죄로 진행된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나, 그 준비단계인 아동·청소년에게의 '접근'인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다.

현재 63개국이 온라인 그루밍과 관련된 법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1대 국회에서는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