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황금연휴 여객 작년 10분의 1 수준 급감
항공사·호텔 등 공항 근무 종사자 절반 휴직·퇴직
"정부, 해고금지 선포·고용위기지역 지정을" 목소리

 

▲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공항 및 항공 관련 노동자들이 한시적 해고 금지, 인천 중구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영종특별지부

 

공항산업 일자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항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과 항공사는 물론 관련 업체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인천공항 개항 20년 동안 쌓았던 공항운영 노하우가 공중분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5월 황금연휴에도 인천공항 한산

▲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일보DB
▲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일보DB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5월 황금연휴의 인천국제공항 항공편과 여객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황금연휴(4월29일~5월5일) 인천공항 항공편(출발·도착)은 1일 평균 238대, 여객은 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항공편은 황금연휴가 시작한 지난달 29일 270대에서 등락을 보이다 지난 4일 199대까지 감소했다. 1일 평균 1천대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5일은 항공편이 1112대까지 운항했으나 올해는 228대에 그쳤다. 특히 지난 2일과 4일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항공편이 각각 96대, 98대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적 항공사 대부분이 항공편을 줄인데다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운항편이 급감했다는 것이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도 급감했다. 지난해 황금연휴 기간 1일 평균 19만5천명이던 여객은 올해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연휴 기간 여객이 6천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일 1번에 그쳤고, 이날 인천공항 여객은 3940명까지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여객이 897명에 불과했다.

이번 연휴는 직장인이 연차 등을 사용하면 최대 6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천공항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4~5월 인천국제공항은 여행객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도착 출구로 가물에 콩 나듯 승객들이 들어오고 출구 앞에 예닐곱 명의 방역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흩어지자 각국은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을 통제했다. 비행기가 멈춰서고 여행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인천공항도 하루 여객수가 지난 1월25일 최초로 전년 대비 감소(-16.1%)하기 시작하더니 2월 넷째 주 -51.1%, 3월 셋째 주에는 -91.8%를 기록하며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3월24일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은 9316명을 기록해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5월 초 현재는 하루 1천명 미만으로 떨어진 지 오래이며 운항편수도 2자리수에 그치고 있다.

 

▲사라진, 사라지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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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와 항공사, 지상조업사와 상업시설 그리고 여기에 연관된 물류·운송·여행·관광업체들이 일자리 생태계를 일구며 공항산업을 형성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말 기준 인천국제공항 종사자는 크게 6개 분야 660개 업체, 7만7069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공항산업 생태계는 파괴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의 손님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자마자 여기저기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비행기 편수가 줄면서 일감이 줄어든 항공사와 기내조업사가 첫번째 실업 파고를 겪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과 기내 청소, 수화물 운반, 기내식 생산 업체 등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상주직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인천공항공사 및 자회사, 정부기관 등 공항운영기관이 1만4878명(19.3%), 국적사 및 외항사,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사가 2만5013명(32.6%), 지상조업, 기내식 공급 및 시설, 정비 등에 1만3236명(17.2%), 면세점, 식음료 업체 등 상업시설 전반이 1만2766명(16.5%), 공항물류단지, 화물터미널 물류업체 등 물류업에 7149명(9.2%), 복합리조트, 호텔 등 관광·여행업 등 4027명(5.2%)이다

인천공항 종사자 중 특히 항공사, 지상조업, 상업시설, 호텔·관광업은 여객 관련 업종으로 꼽힌다. 전체 종사자의 71.4%를 차지하며 여객 증감에 따른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매우 높은 업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조사결과 4월17일 기준 공항공사 및 자회사, 정부기관(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 및 협력사, 세관, 출입국관리소, 검역소 등) 등 운영기관을 제외한 5만4381명중 2만9207명이 휴직 또는 퇴직 상태다. 물류업은 현재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7만7000여명에서 3만여개의 일자리가 이미 사라졌거나 강제로 휴무에 들어간 것이다.

인천고용복지플러스센터(인천센터)는 인천공항이 있는 중구와 남동구·동구·연수구 등을 관할한다. 고용노동부가 인천지역에서 운영하는 3곳의 고용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4월17일까지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건수는 1만715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11.9%)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전년 대비 신청 건수 증가율은 4월 들어 80%를 넘었다.

퇴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무급휴직자도 사정은 어렵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선지급해야 하는 10%도 지불할 능력이 없거나 고의로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은 "현재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사업주만 신청하도록 해서 사업주가 신청 안하면 계속 무급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업주가 당장 돈이 없고, 줄 의사도 없다면 노동자가 직접 신청해 정부가 지급하는 걸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계는 공항산업이 밀집한 중구지역의 경제 위기가 급박한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중구지역의 '고용재난지역'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신청' 건의문을 인천시에 제출했다. 중구는 현재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영종특별지부 한재영 조직국장은 "인천국제공항의 일자리는 공항운영, 항공사, 상업시설 등 다양한 부문이 있고, 민간부문의 경우 직접 계약, 간접 계약 등 다양한 계약방식의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그로 인해 직접 고용, 간접 고용, 기간의 제약을 두는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한시적 해고금지 선포, 인천 중구 고용위기지역 지정, 고용위기지원금 사각지대 해소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