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포천시 화장률은 88.7%다. 2001년 38.5%, 2010년 67.5%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선배 공무원들이 불법 매장지로 향하는 운구차를 막고 상주와 싸우며 일궈낸 화장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데 따른 것이다.

“내 땅(선산)에 묘지를 쓰겠다는데 왜 막느냐”는 분노 가득 찬 상주와 싸우느라 우여곡절도 많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선배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설득과 봉분으로 인한 토지 부족 공감대가 형성되며 오늘의 값비싼 성과를 이뤄냈다.

불교에서는 승려가 입적하면 다비라 하여 반드시 화장에 의한 장례를 치렀으며,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화장을 행했다고 한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도 신라 때부터 화장법이 전해 내려오다가 조선 시대에 들어와 고인의 시신을 온전하게 모시고 조상의 내력과 세도를 과시하기 위해 호화로운 큰 분묘를 조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 국토는 이러한 매장묘의 잠식으로 전국적으로 포천시 전체 면적(약 826㎦)만큼의 묘지가 조성돼 있으며, 작금의 현실은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달해 더 매장묘를 고집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무연고 묘가 급증하고 있어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받아야 할 조상 묘가 남의 손에 의해 임의로 파헤쳐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꼭, 매장묘를 조성해야 조상님들께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것일까. 화장문화를 통해 살아생전 화목했던 가족, 친인척들과 죽어서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화장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가족 또는 종중·문중 자연장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을 나무,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지내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법인데, 현재 포천시 노인장애인과 장묘부서에 접수되는 묘지조성 신청 건의 대부분은 자연장 신청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조상묘가 무연고화되어 남의 손에 임의처리되는 것을 막고, 후손들에게 풍족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려는 뜻의 반영이다. 이러한 자연장지 조성 붐은 비단 앞으로 돌아가실 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불법적으로 조성된 조상묘를 정리해 한곳에 합법적으로 모시려는 목적으로 자연장을 조성하는 분들도 많다.

포천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선각자적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내촌공설자연장지는 2010년 수목장 개장, 2019년 잔디장을 개장해 운영 중이다. 모든 관리비 없이 30년 사용에 40만원의 사용료만 내면 된다.

또한, 부부용 자연 잔디장 추가 조성 및 묘 간격을 대폭 조정해 연고자들의 이용 편의를 크게 높였으며, 꾸준한 불법 묘지 해소 시책으로 내촌공설자연장지 사용 자격을 포천시 관내에 조성된 모든 불법 묘지에 대해 그 사용을 폭넓게 개방하고 있다.

많은 분이 화장(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신규 조성묘지는 물론, 관내 이미 조성된 불법 묘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일선 포천시 노인장애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