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인해 악화일로의 중미 관계는 코로나19 때문에 설상가상의 양상으로 나타나 균열의 정도가 아니라 자칫 결렬의 지경까지 치달을 수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한(武漢) 실험실 유출설, 초기대응 미온설, 사망숫자 은폐설 등 갖가지 `설'을 제기하면서 중국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반박하고 관영 언론을 총동원하며 코로나19 발생과 대처 타임라인, 세계 유력 학술지 및 전문가의 연구확인 결과를 증거로 내놓아 각종 `설'들을 부인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언행은 미국 방역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시키려고 꾸며낸 수작이라며 이를 `트럼프 팬데믹'이라고 역공했다.

현재 미국의회에서 민간인과 민간기구들이 중국을 생대로 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일부 기구와 주정부가 이러한 배상소송을 이미 제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한 미국 국회의원들이 우방 및 타이완(臺灣)의 우호 국가에 공식 서한을 보내 타이완의 세계보건기구(WHO)의 참여를 적극 지지할 것을 호소했다. 중국은 그 동안 국제무대에서 `두 개 중국'의 출현을 안간힘을 다해 막아왔으며 타이완 문제를 중국의 내정 문제,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금 타이완의 세계보건기구 참여 추진은 타이완 민중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타이완의 `독립'을 도모하는 정치적 수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외부세력의 간섭을 반대했다. 타이완의 세계보건기구 참여문제를 둘러싸고 중미 간의 대립도 고조될 전망이다.

5월4일은 중국의 `5·4운동' 101주년 되는 날이었다. 드물게 미국의 한 고위관리가 유창한 중국어로 미중관계에 대해 연설했다. 마슈 포틴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었다. 그는 `5·4운동'의 유산을 언급하면서 `민주의 꿈은 다음 세기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중국 국민에 의한 민주화의 실현을 역설했다. 물론 보다 적나라하게 중국공산당 정권의 중국인민에 대한 압박을 비판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있다. 이 둘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특히 마슈 포틴저는 중국을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오명화시키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대 중국 강경입장을 취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대 중국 경경 매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에 대해 바이러스보다 더 경계하고 더 미워하는 국가가 미국이다. 매카시즘(McCarthyism)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공산당과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는 여전하다. 1970년대 옛 소련과의 경쟁을 위해 중미 관계가 개선되었으며 1980년대부터 중국의 개혁개방 추진과 세계와의 점차적인 융합에 따라 중미관계가 밀월기를 맞이했었다. 세계 금융위기와 반테러 과정에서 중미 양국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잡은 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점점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했으며 특히 최근 중국의 확장세와 `중국특색'의 강조, 서양가치에 대한 배척, 국내 민족주의, 민수주의의 팽창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탈글로벌화, 보수가치의 선양 등과 정면 충돌되고 있다. 즉 양국이 잠깐 길동무로 가다가 지금은 서로 갈라지고 각자 다른 길, 내지 상반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미관계 악화의 더 심층적이고 더 구조적인 모순이다.

11월에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 그 동안 중국문제는 빠짐없이 미국선거의 뜨거운 이슈이었다. 트럼프 진영은 대통령 연임을 위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무역문제, 타이완문제, 남중국해 문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을 활용하고 반중카드를 힘껏 쓸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금 미국이 심각한 코로나19 위기에 놓여있어 여력이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나면 중미관계가 더 심각하고 엄중한 국면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정치적 바이러스, 이데올로기적 바이러스가 양국관계에 대한 파괴는 더 전면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세계 양강의 경쟁과 대립은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심지어 신냉전의 늪에 빠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는 이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충의 중국 치하얼학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