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조선일보에 입사해 외신부(국제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도였다. 대학 재학중 서울대의 대학신문 편집장으로 있을 때 국제뉴스의 핵심이었던 월남전이나 중국의 문화혁명에 관한 원고를 외신부장으로 있던 리영희(1929~2010)씨에게 청탁했던 인연으로 입사 후 외신부 근무를 자원하게 되었다. 동서냉전시대의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았던 시절에 국제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며 글을 썼던 리영희 부장과 일한다는 일념으로 신입 기자들이 선호하던 정치부와 경제부를 마다하고 외신부를 지원했었다.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에 이어서 우리나라도 비둘기 부대를 시발로 맹호부대의 파병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베트남 민족해방전쟁으로 보는 그의 시각은 당시로서는 이단이었다. 중국의 문화혁명에 대해서도 홍위병들의 난동이라기 보다는 중국혁명을 완결하기 위한 필연적인 진통이라고 리영희 부장은 이해하고 있었다. 국제정세를 좌우의 시각으로 폭넓게 보게 된 것은 외신부 초년병 시절이었다. ▶지난달 중순경 평소 사표(師表)로 여기며 지내는 IK그룹의 김상문 회장이 펴낸 <살아서는 황제(皇帝) 죽어서는 신(神)>이라는 부제가 붙은 마오쩌둥(毛澤東) 평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점에 가서 집어든 책은 743쪽에 달하는 묵직하고 펴기가 좋은 제본으로 다양한 사진자료들이 포함된 역저였다. ▶1966년 5월16일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시점은 필자가 언론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던 해였다. 당시 외신부 기자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 언론사의 편중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던 시절을 회상하면 완벽에 가까운 역사책이자 해설서였다. 2년여 동안에 문화대혁명에 앞장섰던 홍위병들이 토사구팽이 되는 대목을 읽으면서 따분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전기와 역사서를 흥미 있고 박진감 있게 서술한 저자의 축적된 지적 함량에 머리가 숙여졌다. ▶건설폐기물을 처리해 고품질 순환 골재로 자원순환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대표인 저자는 매년 100여권의 책을 읽으며 임직원들에게도 책 읽기를 독려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책의 핵심을 서술한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저서를 8권까지 펴냈다. 이미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사오핑(鄧小平) 평전을 펴낸 김회장은 “마오쩌둥의 실상을 객관적 관점에서 집중해부하여 배우고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의 중국을 가능케 한 마오쩌둥의 평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