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e음카드는 전국적으로 지역화폐 확산을 선도한 인천의 지역화폐다. 본격 출시된 지 2년도 채 안돼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인천e음카드는 인천시민들이 미리 주머니돈을 적립해두고 그때그때 꺼내쓰는 결제방식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이 돈이 흘러들어가는 계좌의 잔고가 얼마이고 그 자금이 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천e음카드 대행사는 회계감사 결과가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돼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다. 공공의 자산인 지역화폐 운영에 있어, 이같은 자금흐름의 불투명성은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할 문제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e음카드의 충전금(선수금) 계좌는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 명의로 개설돼 입출금 등을 대행사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시민들 충전하는 돈을 대행사가 관리하는 구조는 인천e음 서비스 개시 단계부터 협약에 포함됐다고 한다. 인천e음카드를 이용하기 전에 시민들이 충전하는 금액은 최소 3만원에서부터 50만원 한도까지 채울 수 있다. 금액을 상향하면 200만원도 가능하다.

지난 한해 인천시민들이 이 카드로 결제한 금액만도 1조5000억원, 누적 결재액은 2조655억원에 이른다. 그간 인천시민들이 대행사 계좌에 맡겨 놓고 쓴 돈의 규모다. 그러나 계좌 잔고나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는 깜깜이다. 충전금 계좌에서 쌓이는 이자의 규모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비와 시비가 투입되는 캐시백(인센티브) 예산도 별도 계좌에서 관리된다고 하지만 자금 흐름은 비공개다. 인천e음카드의 성공으로 대행사의 현금성 자산은 크게 늘었다고 한다. 2018년 172억원에 불과했던 이 업체의 현금성자산은 1년만에 1743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 업체는 회계관리 등의 문제로 현재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지만 시민들의 주머니돈은 계속 이 계좌로 흘러가고 있다.

인천e음카드는 앞으로 정부와 인천시의 재난지원금 지급의 통로로 활용돼 그 자금 흐름의 규모도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행사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경우 손실 위험성 등의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고 당장 회사가 무너지지 않는다”고만 할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