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차례라서요. 로비에 1시간 근무서고 오겠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교대로 1층 로비에서 방문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3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한 달 보름이 지난 셈이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정말 낯설고 두려웠다. 경계해 지킨다는 의미를 갖는 `파수꾼'이라는 단어가 있다. 파수꾼은 신화와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토르'의 모티브가 된 북유럽 신화에는 무지개다리에서 주야장천 신들을 지키는 `헤임달(Heimdall)'이라는 수문장이 등장한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는 냉소적 반항아의 대명사인 주인공 콜필드가 호밀밭 절벽에서 온종일 아이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한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코로나19로부터 서로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하루 두 번 자신들의 체온을 재고, 사무실에 오는 고객들의 체온을 측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출입구를 지키는 우리도, 이에 묵묵히 응하는 고객들도 모두 어쩌면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2020년판 신 파수꾼인 셈이다.

“안녕하세요, 잠시 체온 측정하겠습니다.”

마스크를 쓴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데스크 앞에 멈춰 섰고, 나는 체온계 센서를 방문객의 이마에 대고 측정버튼을 눌렀다.

“36.5도입니다.”

눈인사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 건물 앞 자목련이 눈앞에 활짝 피어있었다. 잠시나마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의 장벽도 걷힐 것이고, 우리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의 치열했던 일상의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서로의 파수꾼이었다는 것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 콜필드가 여동생에게 자신의 꿈을 말하는 대목이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난 아득한 절벽 앞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6일부터 생활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자칫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마지막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경기人들, 힘내자! 모든 신 파수꾼들!

 

한은진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전력사업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