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지만 그 여운은 아직 가시질 않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4·19혁명부터 5·18민주화운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내려온 민주세력의 그간의 노력에 대한 국민의 인정이었다.

그 진실된 노력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정국을 맞아 재정비된 대한민국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또한 미국과 일본을 보면서 우리가 젊은 시절 알고 있었던 그 나라들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첨단기술의 미국과 매뉴얼의 나라 일본마저도 `영원한 건 없다'는 세상의 진리 속에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부심을 만끽하는 이면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무릎꿇은 동상이 광화문에서 광주지법 앞으로 이전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울타리에 갇힌 동상은 여러 조롱의 퍼포먼스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부터 이번 총선 결과까지 일련의 흐름속에 보수층이 집단 무기력에 걸렸다는 분석글도 나오고 있다.

굉장히 꺼려지는 부분이다. 물론 전쟁이든 총선이든 전력을 기울여 승리하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합집산같은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쟁취해야 할 것은 얻어내야 한다.

다만 총선 이후의 보수층은, 함께 가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일원이며 국민이다. 그들이 무력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 오래가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거나 역대 보수층의 대표주자들이 동상처럼 모욕을 당하는 일이 연속해서 벌어진다면, 국정동력의 한 축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5·18 정신은 국민이 국가권력에 쓰러지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 그 자체다. 보수층이 폭도라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으로 함부로 재단할 영역이 아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차 악과 조롱이 넘실되는 영역으로 스스로 끌어내릴 시대정신이 되어서도 안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니체가 말했다. 진보층에 필요한 것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각오이며, 지키고픈 소중한 것은 그것을 기리는 자들의 모습에서 완성되어진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조용히 지켜보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었다. 그것은 보수층을 짓밟고 고개를 못 들게 해서일까. 아니다. 사람을 언제나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인본주의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념에 매몰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것에 철저히 거리를 둔 실사구시에 입각한 국정정책에서 기인한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은 그 자체로 옳으며 훌륭하다.

같은 의미로 국민과 유권자 또한 항상 옳다. 과거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몰표를 가져갔던 것이나, 이번 총선의 결과처럼 국민의 선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부산의 48%가 민주당을 지지했듯이 광주에서 보수당을 지지하고 대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요원할까.

그런 역동적이고 건강한 정치구도를 맞이하려면 이념의 양대 세력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증오를 부추기는 진영논리는 지지세력 결집에는 유용하겠지만, 국가적인 집단무의식 관점으로 볼 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배에 타고 있는 공동체임을 다시금 자각하고 나라의 두 날개가 동시에 날개짓을 펼치도록 서로를 인정하고 경쟁하자. 국민 갈라치기가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난국을 돌파하고 인정받는 시대. 이젠 정치가 그런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응답할 차례다. 차원이 다른 국가도약은 지금 시작됐다.

 

심우창

인천시 서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