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치여 문화누릴 여유없는 이들 생각
화성 공장 밀집지대에 `써니 유' 오픈
커피로 그린 화려한 해바라기가 주작품
행복한 작업, 타인에 기쁨주는 그림되길
▲ 유상선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이자 갤러리 `써니 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대기업에 근무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그림이 좋아 커피를 주재료로 해바라기 작업을 해왔습니다. `해바라기 작가'로 활동하는 지금 가장 행복합니다.”

해바라기를 닮은 작가, 유상선씨가 지난달 7일 공장이 밀집해 있는 화성시 비봉면에 갤러리 `써니 유'의 문을 열었다.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든 늦깎이 화가인 유 작가는 수십년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보낸 뒤 지천명이 되어 다른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퇴사 이후 수년 간 커피 관련 교육과 창업컨설팅 등의 일을 했었고,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된 커피 원두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유 작가가 공장지대에 작업실이자 갤러리의 문을 연 것은 노동자들에게 문화를 선물하고 싶어서다.

“공장과 갤러리가 부조화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바쁜 삶에 치여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생각했어요. 문화 소외계층인 이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노란 해바라기가 일렁이는 그의 작업실 `써니 유'는 여느 해바라기 농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꽃 중에 해바라기 꽃을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해서 그리기 시작한 해바라기인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저보다 더 기뻐하더라고요. 어느 덧 해만 쫓는 해바라기처럼 저도 해바라기만 쫓고 있네요.”

고흐의 `해바라기', 고갱의 `해바라기' 등 해바라기를 그린 작가는 많지만 유상선의 해바라기는 특별하다. 역동적이고 거친 터치와 작렬하는 태양의 이글거림이 느껴지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무엇보다 유 작가의 해바라기는 커피향을 담고 있다.

“작품 활동하기 이전에 커피 관련 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바탕 됐습니다. 지인이 카페 개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인상적인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문득 로스팅하다 망친 원두라던가 쓰지 못하는 원두가 떠올랐습니다. 카페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작품에도 꽤 잘 어울리는 재료더라고요. 해바라기는 축복의 선물입니다.”

유 작가는 남은 생을 행복한 그림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싶단다. 그의 해바라기는 스스로에게도 선물이자 타인에게도 기쁨을 주는 선물이다.

“반백살이 되고 나서야 생각이 들었죠. 돈을 벌면서 결코 나를 위해 써본 일이 없더라고요. 남은 생은 온전히 제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나의 삶은 영원히 없어지는 거니까요. 해바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