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는 건축 현장의 화재치고는 너무 많은 인명이 희생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그간 수없이 지적돼 온 바 있지만 이토록 무방비 상태일 줄은 몰랐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며 이 현장에서 일하다 졸지에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들은 더욱 기가 막히다. 유가족들은 황망한 중에도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명명백백하게 진상이 드러나지 않거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유야무야로 넘어간다면 38명 노동자들의 목숨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가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화재사고의 정확한 사고 경위와 발생 원인 등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화재 당일 안전관리자도 없었다는 증언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서는 2008년 1월 역시 이천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화재 때에도 정부가 재발 방지와 관련법을 개정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음에도 똑 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에 대한 분노도 터져나왔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증언이나 작업현장의 영상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천장에 분사하는 작업 영상에는 소화기도 대피 유도등도 보이지 않는다. 우레탄폼 작업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씨를 만나 폭발을 일으켰다고 봤을 때 사고 당시 현장의 안전관리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한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100% 인재임이 분명하다. 이 작업 현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한달 동안 일하면서 한번도 안전관리자를 본 적이 없다”는 증언도 내놓았다.

이같은 단편적인 사실만 놓고 봐도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는 완전히 결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노동자들로 하여금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법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우선 원인과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탐욕을 쫓다가 소중한 인명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