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왜 다음 단계로 안 넘어갈까요 ….”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카페 무인 계산대 앞에서 50대 아주머니가 뒤에 서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넸다. 입을 떼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미안함이 서린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에 스마트폰 사용법을 물어보는 가족의 모습이 보여서였을까. 괜히 더 웃으며 화면을 눌렀다. 뜨거운 음료를 원하는지, 컵 크기는 어떻게 할 건지, 에스프레소 샷을 더 넣어 진하게 먹을지 여부 등을 확인하며 주문을 대신 마쳤다.

무인 계산대가 대중화되면서 종종 맞닿는 풍경이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공항 등에서도 키오스크 기계 앞에서 서성이는 이들을 보곤 한다. 터치만으로도 편리하고 완벽하게 이용자의 의사를 전달해주는 시스템이 누군가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불편한 깡통일 뿐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몇몇 장소에서 키오스크 사용을 보조하는 직원들을 만날 때면 괜히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열린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로 무인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논의에서 대면 접촉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우려보다는 코로나19 경제 쇼크의 그림자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정규 직원으로 고용하거나 시급에 더해 주휴 수당까지 계산해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띄엄띄엄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보단, 고정 비용으로 24시간 일하는 무인 계산대가 편익이 크다는 셈법에 따른 흐름이다. 이 경우라면 코로나19는 경영방침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취재를 위해 접촉한 전문가 일부는 대량 해고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언택트 시대를 적극적으로 맞이하려 할수록 다수의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행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어두운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는 `디지털 경제'나 `스마트 공장'의 뒷면에는 더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람이 없는 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은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