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간 인천 역사흔적 발굴한 `한국 최초 공립박물관'
▲ 1946년 4월 1일 세창양행 사택에서 한국 최초 공립박물관으로 문을 연 인천시립박물관 모습.

 

▲ 러시아전함 바리아크호 대군함기. 전쟁 당시 자폭했으므로 파편에 의해 훼손되어 있다. 전시 개편으로 역사 2실에서 복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 경서동 녹청자도요지 발굴현장 사진첩.

 

 

유구한 역사·내실있는 규모

일 앗아간 유물 ~ 시민 삶

기록·발굴·인수해 전시

올 기준 1만4407점 소장

 

다양한 주제·흥미로운 접근

유물진열장 제작키트 개발

외국인 시각 엿볼 기획전도

27일 `이발소 풍경' 특별전

 

코로나 휴관, 도약 계기로

취약 현대사 전시실 마련

홍보 보강·분관 조직개편

 

연수구 청량로 160번길 26에 위치한 인천시립박물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인천은 물론 서화, 공예품, 기증 유물 등을 주제별로 살펴볼 수 있는 상설전시실 외에 특별 전시실, 작은 전시실이 있다. 지난해 1층 로비 옆 공간에 갤러리 전시실을 만들어 주제의 다양화를 꾀했다. 코로나19로 휴관중인 박물관은 이 기회에 인천의 현대사 전시 공간을 마련키로 했다. 올해로 개관 74주년을 맞은 인천시립박물관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도약을 위해 줄곧 노력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공립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은 1946년 4월1일에 옛 세창양행 사택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공립박물관으로는 한국 최초였다.

하지만 소장품 364점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건립한 인천향토관에서 인수된 유물이거나 일본인과 인천육군조병창에서 몰수된 물품이었다. 이번 역사 2실 러일전쟁 전시실 개편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러시아전함 바리야크호 대군함기'도 그중 하나다. 이 깃발은 러일전쟁 때 인천 앞바다에서 자폭한 러시아 전함에 걸려 있던 것이다. 일본이 전리품으로 삼아 전시하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인수했다.

하지만 인천시립박물관은 지역박물관으로써 지역 사회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인천에 산재하고 있는 고적을 조사해 경서동 일대에서는 녹청자 도요지를 발굴해 내기도 했으며, 인천에서 혹은 인천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뿐 아니라 인천 출신 인사와 관련된 물품도 꾸준히 모았다. 2000년대부터는 시야를 더욱 확장하여 지역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어져 온 인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부평 미군기지인 캠프마켓을 조사하는 일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일부 철거 후 반환되는 캠프마켓에서 현재까지 물품 64점을 수집했으며, 이와 관련된 기초 작업을 진행하여 이 일대의 역사를 미래로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물 구매 역시 대대적으로 진행하여 2020년을 기준으로 인천시립박물관은 1만4407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

인천시립박물관의 특별전은 좋은 것만 다루지 않는다. 삶의 일부인 고통과 상처, 대결 등을 외면하지 않고 인천의 지역성을 규명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2009년 전시였던 `베쓰볼 인천, 인천야구 백년사', `안녕하세요, 배다리'(2013), `오래된 이웃, 화교'(2015)가 그렇다. 특히 5월27일 오픈을 목표로 준비중인 기획특별전 `이발소 풍경'을 통해 이발소의 변화와 그 속에 담긴 사회상을 살펴본다. 고급 미용실과의 경쟁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천 곳곳에서 이발소 표시등이 돌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이발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작은 전시와 갤러리 전시에서는 외국인들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작은 전시 `시간을 담근 음식'은 일본 기타큐슈시립대학교 문학부와 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오랫동안 보관해 먹는 음식'이라는 소재를 전시로 풀어냈다. 같으면서도 다른 음식이 어떻게, 왜, 만들어지게 됐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갤러리 전시 `보조끼 데죠 1908: 헝가리 의사가 본 제물포'는 1908년에 제물포를 방문한 헝가리 군의관 보조끼 데죠가 바라본 조선시대 인천의 모습을 그의 일기장과 사진으로 재구성했다. 이외에도 2020년에는 `뒷간', `사이다', `여행가방'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과 물품이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고 그 해답을 풀어가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집에서 즐기는 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따른 휴관으로 박물관에 방문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온라인 박물관을 운영한데 이어 교육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개발했다.

`집에서 만드는 박물관 유물장'을 신청하면 박물관이 교육 키트를 집까지 우편으로 보내준다.

교육 키트는 진열장 제작 전개도와 시립박물관 전시 유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 유튜브에서 만들기 영상을 학습할 수 있다.

박물관이 재개관하면 자신이 만든 유물을 직접 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

▲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
▲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최근 명함을 새로 제작했다.

명함 뒷면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1946년 4월 인천에서 전국 최초의 공립박물관이 탄생했습니다. 해방 후 지자체에서 박물관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을 당시 인천시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예술 보존에 앞장섰다는 뜻이죠. 이 특별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오는 8일이면 그가 박물관장으로 취임한지 꼭 1년이 된다.

그는 개항을 포함한 인천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최적화돼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집중해왔다.

“시립박물관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시민들을 끌어들일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 관장은 박물관 홍보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친숙한 주제를 가지고 여는 기획전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해방 이후 산업화 시대와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전시공간을 신설하는 중이다. 고대와 중세, 근대 시대에 비해 그 이후 유물이 취약해서다.

송암미술관과 검단선사박물관, 인천도시역사관과 한국이민사박물관 등 4개의 분관을 운영하기도 하는 인천시립박물관은 얼마 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마쳤다.

“분관들도 하나하나가 아주 인천적인 것들이라 각자에 알맞은 관장들을 배치했어요. 특히 조사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천만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시가 없는데 사라지고 소멸되는 것들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때를 놓치면 영원히 잃어버릴 우리의 역사죠.”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