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안이 지난달 29일 경기도의회를 전격 통과했다.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이 국가로부터 인권유린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그 사실상의 첫 조치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싶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1945년 9월8일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이후부터 2004년 9월23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에서 일한 여성으로 도내에 약 3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앞으로 임대보증금 지원 및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주거혜택과 생활안정 지원금, 의료급여와 장례비, 간병인 지원 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아쉬운 것은 기지촌 여성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가 이번 조례안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의 조치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법원은 2018년 처음으로 기지촌 여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기지촌 운영관리 과정에서 원고(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행위와 위법함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종심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도의회의 이번 조치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의결됐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인권 및 명예회복조치가 이뤄질 수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례는 그 첫 시작을 열었다는 점에서 환영받아 마땅하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무려 2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 첫 시작은 1992년 동두천에서 주한미군에 의해 살해된 `윤금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미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던 이 사건을 계기로 기지촌 여성 명예회복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제 8대와 9대 경기도의회에서 각각 같은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의결까지 이르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다 비로소 이번 10대 의회에 와서야 가결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어디까지나 미완이다. 대법원의 상고심이 마무리 되고, 마땅히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종 마무리는 역시 국가의 몫이다. 국가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명예회복 조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