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강릉길 나그네 되어/장안의 친구를 생각하네/새기운 돋는다는 동짓날이거늘/넓은 세상 누구있어 찾아보리/차끓이는 냄비에 팥을 삶으니/가물대는 등잔불에 몸은 굽었네/뜬이름에 떠돌이도 어언 50년/점괘는 그만하니 셈은 좀 펴겠는가』 방랑의 김시습이 전에 들렀던 강릉의 누옥을 찾아가 냄비를 내주며 동지죽을 부탁하면서 읊은 시이다.

 동지는 24절기중 22번째로 양력 12월21~22일께에 해당한다. 1년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거장 긴 날이다. 그러나 이날을 지나면서 차츰 다시 낮이 길어지게 된다. 기울었던 태양도 높아지고 그래서 예전엔 이날을 설날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동지를 기해 태양이 다시금 원기를 회복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동지를 「아세」 혹은 「작은설」이라 함은 그 흔적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도 로마인들의 동지제에서 유래한다. 태양신을 섬기던 그들에게 기독교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신앙을 접목시키려 그들의 축일을 이용했던 것이다.

 옛날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어 사당에 차례를 지내고 곳곳에 뿌리고 난후 먹었다. 팥죽을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고 팥죽에 든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먹었다. 팥죽을 먹기전 집안 여기저기 한그릇씩 떠 놓거나 벽에 뿌렸던 것은 잡귀와 액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붉은 색깔은 벽사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시신앙으로 붉은색은 축귀의 기능이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아들이 죽어 역귀가 되었는데 붉은 팥을 무서워 했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강남지방에서는 동짓날 단자를 먹었다. 집집마다 찹쌀가루로 단자를 만드는데 설탕과 채소 동부 무채등으로 소를 넣었다. 역시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이웃간에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미리 이듬해에 먹을 쌀을 찧어 두었다.

 오늘이 12월22일-바로 동짓날이다. 요즘은 아침 7시에도 깜깜하다. 그러나 이날부터 낮시간은 저녁부터 서서히 길어지리라. 그것을 옛어른들은 노루꼬리 만큼 길어진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