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지구대 등 상호협조적 관계 강조
취임후 '112시스템 개선'에 가장 공들여

치안수요 증가따라 경찰조직·인력 확충
수사권 개혁 맞춰 심사체계 강화 등 계획

"코로나, 치안에 영향…방역 책임감 느껴
공동체 가치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서로 존중·협력할때 치안력은 강화된다"
29일 인천 남동구 인천경찰청 미추홀접견실에서 이준섭 인천경찰청장이 시민 안전을 위해 추진 중인 다양한 치안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29일 인천 남동구 인천경찰청 미추홀접견실에서 이준섭 인천경찰청장이 시민 안전을 위해 추진 중인 다양한 치안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운명 같은 만남을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1987년 부평경찰종합학교에서 1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인천을 떠났던 젊은 경찰 간부후보생이 인품과 경륜을 갖춘 지휘관이 돼 돌아왔다. 30년 전과 달리 인천도 예스러운 멋과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인구 300만 대도시로 도약했다. 그렇게 이준섭(58) 인천경찰청장과 인천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31일 부임한 이 청장이 어느덧 취임 121일째를 맞았다. 지난 29일 인천 남동구 인천경찰청 미추홀접견실에서 이 청장을 만나 취임 후 소회와 함께 시민 안전을 위해 추진 중인 다양한 치안 정책들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치안 환경도 바꿨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고심을 많이 했는데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과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감염병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천경찰 또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천경찰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 이송과 격리시설 질서 유지 등 방역당국을 적극 돕고 있다. 자가 격리 이탈자와 마스크 유통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왔다.

이 청장은 코로나19가 치안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드라이브 스루와 온라인 개학, 원격 진료, 음주운전 단속 등 생각하지 못한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IT(정보통신) 분야 발전과 함께 사이버 범죄 증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현장 경찰력을 강화하는 등 수준 높은 치안 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소통

이 청장의 치안 철학은 간단명료하다. 지방청과 경찰서, 지구대 등 상급부서와 하급부서로 나누는 계층적 관계보다는 상호 협조적 관계를 이루고 있을 때 치안력이 강화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지구대와 파출소 역시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경찰서와 지구대는 각각 기능이 다릅니다. 경찰서에서 지역경찰에게 들어와라 말라할 게 아니라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서로가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런 철학은 이 청장의 소통 방식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지구대와 파출소를 방문할 때 원칙이 있다고 한다. ‘예고하지 않고 가기’, ‘보고받지 않기’, ‘지적하지 않기’, ‘빈손으로 가지 않기’, ‘한 시간 이상 대화 나누기’다.

“지휘관이 현장에 가서 잘하고 못하고를 따질 거면 불시에 가지 말아야 합니다. 며칠 전 커피를 들고 파출소를 방문했습니다.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니 그때부터 직원들이 솔직한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 직원이 저에게 ‘청장님 이렇게 오실 거면 또 오세요’라고 말해줘 흐뭇했습니다.”

이 청장은 소통으로 직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면서 정확한 해답도 제시해준다.

“현장 직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말입니다. 원래 자기 일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경찰 일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국민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경찰에 투신해 밤을 지새우는 것 아닙니까.’”
 

▲더 빨라지고 똑똑해진 112시스템

지난해 인천경찰청에 접수된 112신고는 120만건 이상으로, 인천시민 3명 중 1명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이렇듯 112신고는 위기에 빠진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 안전망’이면서 경찰에겐 ‘최전방’으로 시민이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제때,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경찰의 사명이라고 이 청장은 피력한다.

112시스템은 이 청장이 취임 후 4개월간 가장 공을 들였던 분야이기도 하다. 우선 시스템 개선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용했다. 

112신고 시 통화 중이나 대기 없이 바로 경찰관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 다발지역에 순찰차를 먼저 배치하도록 해 제때 112신고를 처리하도록 했다. 또 지역경찰의 업무를 112신고 중심으로 조정해 1초라도 더 빨리 신고 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지방청에서 과도할 정도로 출동을 지시해 전체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코드제로(긴급출동)’ 같은 중요한 신고를 신속히 판단하고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죠. 현장 직원들도 언제든 긴급출동을 지시받을 수 있다는 것에 긴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마음가짐도 달라집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긴급 신고에 대한 현장 도착 시간은 4분8초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분20초 단축되는 성과를 올렸다.

112신고 처리 업무의 전문성도 강화했다. 긴급 신고는 반드시 교통·형사·여성청소년 등 경찰서 전문 기능이 동시에 출동해 112신고 처리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이면서 공감 받는 경찰 활동이 되도록 조치했다. 

“현장에 빨리 도착하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사건·사고가 매끄럽게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현장 대응 능력이 고도화돼야 합니다. 시민들이 누군가 숨졌거나, 다쳤거나, 억울하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래야만 합니다.” 
 

▲“사랑과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달라”

인천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다. 치안 수요 증가에 대비한 경찰 조직과 인력 확충은 인천경찰의 주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천은 대한민국 관문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치안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고 경찰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천경찰청은 최근 사이버안전과와 교통과, 과학수사과 등 전문부서를 잇따라 신설하며 촘촘한 치안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2년엔 검단서가 들어서고 2025년에는 영종서가 건립될 예정이다. 서부서 가정지구대와 남동서 구월3파출소도 신설이 확정된 상태다.

“각 지역의 치안 수요와 기존 경찰관서와의 거리, 지역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찰관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송도서 신설을 추진 중이며 경찰 인력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천경찰 정원은 2015년 5698명에서 현재 6524명까지 증원돼 경찰관 1명당 담당 인구가 453명으로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 청장은 앞으로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경찰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 청장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범죄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이 안전하고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수사권 개혁에 맞춰 전문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 심사 체계를 강화하고 법률·제도·관행을 내실 있게 개선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경찰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어린아이들까지 인천경찰에게 귀한 마스크와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는 등 공동체의 관심과 격려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공동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보다 더 많은 사랑과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이준섭 인천경찰청장
▲이준섭 인천경찰청장

▲이준섭 인천경찰청장

△학력
ㆍ마산고
ㆍ영남대
ㆍ한양대 행정학과 석사
ㆍ영남대 공법학과 박사

△경력
ㆍ1988년 4월 간부후보생 36기로 경위 임용
ㆍ2010년 7월 경기경찰청 정보과장(총경)
ㆍ2011년 12월 경찰청 감찰담당관
ㆍ2012년 11월 서울 종로경찰서장
ㆍ2014년 12월 부산경찰청 제3부장(경무관)
ㆍ2015년 12월 경남경찰청 제2부장
ㆍ2016년 9월 경찰청 정보심의관
ㆍ2017년 8월 경찰청 외사국장(치안감)
ㆍ2017년 12월 대구경찰청장
ㆍ2018년 12월 경찰청 보안국장
ㆍ2019년 7월 경찰대학장(치안정감)
ㆍ2019년 12월 인천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