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빚어졌다. 12년 전 이천 물류창고에서 일어난 사고의 복사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은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단열재인 우레탄폼 분사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과 함께 유독가스와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한다. 건물 전체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고 있는데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불길과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가연성 소재가 가득한 곳에서 화재 위험이 큰 작업을 하다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당시 화재는 지하 1층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티가 가연성 자재에 옮겨붙으면서 발생했다. 이번에도 공사 중이던 지하층에서 불이 일어나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지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불이 빨리 번졌다고는 하지만, 비상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하 2층에서 발생한 불로 지상 근로자도 다수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현장에 널려 있던 샌드위치 패널은 값이 싸고 단열효과가 크지만 불이 잘 붙는 데다, 불에 타면 수십종의 유독가스를 뿜어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사고현장은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안전설비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고현장은 화재 발생 전에 위험성이 감지됐음에도 무시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산업안전공단은 공사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산업안전공단은 서류심사 2차례, 현장확인 4차례에 걸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공사업체 측이 위험방지계획 개선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대형 화재사고 뒤에 늘 따라다니는 `인재'라는 말을 또 다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불과 12년 같은 지역에서 대형 참사를 겪었음에도 공사업체가 안전을 소홀히 해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