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재단에서 감사의 편지와 함께 금장 책갈피를 선물로 보내 왔다. 편지 내용은 20년 동안 꾸준히 기부해 주셔서 감사하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기부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기부란 무엇인가? 아침 단상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흔히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낸다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이재민 구호를 위한 모금운동, 그리고 국가적 재난과 위급상황에서 기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같은 위기상항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 기부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유명기업, 사회저명인사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인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기부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그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의 유명 사립대학교는 동문들의 기부로 인해 학교발전을 이뤘고 기부자의 힘으로 성장하였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기부운동의 참여이유를 사회로부터 얻은 재산을 다시 환원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문화 예술분야의 유명가수나 배우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무기로 돈을 모아 기부한다. 화가도 자신의 작품을 팔아 일정금액을 기부한다. 유명 스포츠스타들도 자신의 연봉을 일정부분 떼어내 기부한다.

기부, 생각만해도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기부라는 게 특별한 때만 하는 것인지, 성공한 사람들만이 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금전이나 물품지원을 위주로 해야 하는 것인지 라는 오랜 의문이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일상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됐으면 한다. 남에게 보여 주기식 기부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기부, 간혹 강제로 모금을 주도하는 듯한 기부는 사라져야 한다. 또한 금전적인 기부에 치우치지 말고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을 조금씩 소외된 이웃과 나눈다는 마음으로 기부형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재능기부'이다. 재능기부는 미국 변호사협회에서 실시했던 사회공헌 활동으로 무료변론과 법률상담 서비스를 지칭하는 `프로보노'라는 활동에서 유래되었다. 재능기부는 기존의 `자원봉사'나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각자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개인의 재능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민선체육회장 시대를 맞아 인천체육인들도 재능기부에 적극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려한다. 체육인들의 재능기부를 한마디로 스포츠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츠재능기부의 가장 큰 장점은 시민과 함께하고 사랑받는 직장운동경기부 만들기는 물론, 어린 선수들에게 전문 체육기술과 경기 노하우를 전수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도 하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엘리트선수로 활동하며 그동안 받은 사랑과 혜택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고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해당종목의 고도의 기술을 전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포츠재능기부가 장기적이고 자발적인 프로젝트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멍석을 깔아 줘야 한다. 장소는 물론 실비정도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스포츠재능기부를 통해 환원되는 가치는 물론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과 건강의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종헌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체육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