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회의원선거는 몇가지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투표율이 66.2%로 상당히 높아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총선인 1988년에 75.7%, 1992년에 71.9%를 기록했는데 바로 그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총선의 투표율은 1996년에 63.9%였는데 2000년 57.2%에 이어 2004년 60.6%로 낮아지더니 2008년에는 급기야 46.1%로 바닥을 쳤다. 그 뒤 2012년에 54.3%에서 2016년 58.0%로 상승한 뒤에 이번에 더욱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는 첫째, 사전투표제도의 효과가 작동했다. 보통 사전투표제가 없다면 투표를 못하는 순수사전투표자가 전체 투표자의 5% 이상을 차지하니 2013년부터 시작해 총선으로는 두 번째인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 분명하다. 둘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물론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등 모든 정당이 거세게 경쟁하다보니 유권자의 관심이 커졌다. 유권자의 관심이 커지면 이에 따라 투표참여가 증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민주시민의식이 매우 크게 작동했다. 코로나19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사전투표소로 유권자가 몰렸고 사전투표율이 역대 기록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더욱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로 선순환이 일어났다.

광역시도별로 볼 때 이번 총선에서 인천의 투표율이 높아져서 63.2%를 기록했지만 다른 지역의 투표율이 더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인천보다 낮은 투표율은 제주의 62.9%와 충남의 62.4%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울산이 68.6%, 세종이 68.5%, 서울이 68.1%, 경남과 전북이 67.8%로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결국 인천의 투표율은 밑에서 3등으로 2016년 밑에서 4등을 차지했던 데서 약간 더 나빠진 셈이다. 과거 총선에서 인천의 투표율은 밑에서 2등(1988년, 1992년, 2000년, 2004년)을 했거나 최저 기록(1996년, 2008년, 2012년)에 머물렀다.

사실 이번 사전투표 때까지만 해도 인천의 투표율은 24.73%로 제주(24.65%), 경기도(23.88%), 대구(23.56%)를 앞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당일 대구와 경기의 유권자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인천의 투표율을 한참 추월하고 말았다.

특히 대구는 사전투표에서 꼴찌를 기록했는데 도합 67.0%로 인천의 63.2%를 훌쩍 넘어섰으니 선거 당일 대구의 투표열기는 엄청났던 것이 분명하다.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26.69%였고 대대로 사전투표율이 높은 전남(35.77%)과 전북(34.75%)의 기록은 이번에도 제일 높았다.

구군별 사전투표에서는 전통적인 인천의 투표참여 특징이 여지없이 다시 나왔다. 인천의 구군별 투표참여는 통상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높고 서울과 가까울수록 낮다. 특히 강화나 옹진은 섬으로 인구이동이 적고 계양이나 부평은 상대적으로 서울로 학교나 직장을 오가는 인구이동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이 옹진군에서 36.59%, 강화군이 31.46%, 중구가 25.49%, 동구가 29.42%, 미추홀구가 24.09%, 서구가 23.94%, 계양이 24.31%인데 다시 연수구는 26.07%로 높았다가 남동구 23.94%, 부평구 23.93%로 갈수록 낮아졌다.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투표율 집계가 나오기 전이라 잠정집계를 기준으로 할 때 인천의 구군별 투표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옹진군이 73.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강화군 66.4%, 중구 61.8%, 동구 65.2%, 미추홀 57.5%, 서구 62.1%, 계양구 62.9%로 낮아지고, 다시 연수구에서 64.8%로 높은 뒤 남동구 61.4%, 부평구 59.6%로 낮아지는 것이다. 물론 연수을 선거구에서 72.0%라는, 거의 옹진군의 73.5%라는 높은 투표율에 견줄 만큼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지리적인 요소보다 박빙의 치열한 선거전에 따른 관심의 증대에 따른 결과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2022년 3월에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보통 대통령 임기 초의 선거에서는 여당이 승리하는 경향이 있다.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한 정당이 연속으로 이겼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다연승부문 역대 기록이 결정될 것이다. 그 선거에서 인천의 투표율이 얼마나 달라질지 기대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