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이 어때요?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조도면 맹골수도에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유가족에게 한 언론사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을 할까요? 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

기자는 마이크까지 얼굴에 들이대며 계속해서 한 마디만 해달라고 재촉했다. 유가족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을까.

취재윤리에 어긋난 일부 기자의 행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월호 취재현장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음이 아파서, 억장이 무너져서 슬퍼하는 유가족을 에워싸고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다.

그때마다 튀어나오는 단골질문이 있다. “심정이 어때요”

기자들에 둘러싸여 눈물만 흘리던 희생 학생 친구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세월호 6주기를 맞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사고해역을 동행 취재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나도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과연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가졌을까.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떨까. 피해자는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이쯤 하면 그만해도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피해자 마음을 공감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 판단한다. 심지어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까지 있다.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한 정치인은 세월호와 관련된 막말을 했다가 낙선하고, 당으로부터 `선거를 망쳤다'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피해자 아픔을 보듬는 사회'는 요원하기만 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트라우마 치유, 피해자 배상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도 없다. 그러는 사이 아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유가족 등 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트라우마에 따른 지병으로 사망한 유가족도 6명이나 된다.

2014년 4월16일 모두가 함께한다고 약속했다. 6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날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이슈가 생길 때만 관심 갖는 게 아닐까. 피해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감한 적 있는가.

오늘 이웃의 불행을 외면하면 다음 날 내 일이 된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 마음을 공감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이경훈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