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하이라이트' 중계 현장을 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무관중 녹화 진행
국내 정상급 성악가 12명 유명곡 열창

혼신의 무대 끝마쳐도 반응없어 어색
생경한 표정까지 전달되는 점은 매력
▲ `오페라 하이라이트' 중계 리허설 모습.

 

▲ `오페라 하이라이트' 중계를 녹화하고 있는 모습.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감 속에 오로지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만이 공연장을 채운다. 가수들은 환희, 애원, 비참함, 슬픔의 감정들을 오롯이 목소리와 표정 ,몸짓 안에 담아냈다. 그들이 바라본 객석엔 중계 카메라만이 있을 뿐, 절정에 이른 목소리 끝에 터져 나왔어야 할 함성과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바꾼 2020년 공연장의 진풍경이다.

지난 27일 수원문화재단은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수원SK아트리움에서 `오페라 하이라이트' 무대를 무관중 녹화로 진행했다. `오페라 하이라이트'는 유명 오페라 공연들의 대표 넘버들을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3시 정각, 연출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녹화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성악가 이재욱이 오페라 `리골레토'에 `라 돈나 데 모빌레'로 무대를 열었다. 이날 12명의 오페라 가수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 가면무도회, 푸치니의 라보엠,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세니에 공연의 아리아와 중창 하이라이트 19곡을 아름답게 불렀다. 중계 녹화 현장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영상으로 길이 남겨질 무대였기에 보다 완벽한 연주가 요구됐다.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S석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오페라 가수들의 생경한 표정까지 관객들의 눈앞으로 가져온다는 점은 녹화 중계의 큰 매력이다. 힘이 실린 `컷' 사인이 떨어지자 공연은 막을 내렸다. 여전히 현장엔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랜선 너머로 지켜봤을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 왔다.

수원문화재단은 지난 7일 국립오페라단과 `2020 오페라 하이라이트 영상화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번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사업은 고품격 오페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인터넷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공연 중계 사업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수원문화재단 박래헌 대표이사는 “이번 공연 중계를 통해 침체된 문화 예술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오페라단 박형식 단장은 “코로나19로 지쳐 있을 시민들에게 심신의 위안과 평온을 전할 수 있도록 역할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