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어려워는 해도 두려워는 말았으면"

오페라 관심있지만 접근 어려웠거나
코로나로 우울한 대중 위한 공연 꾸려

내달 28일 '오페라 살롱' 시리즈 첫선
발랄 코미디 명작 '사랑의 묘약' 이어
11월까지 4작품 공개 … 해설도 곁들여


2018년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제8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병욱 감독은 국내외 교향악단의 지휘는 물론,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발레, 현대음악에 이르는 다양하고 폭넓은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가들이 신뢰하는 예술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 시절 지휘자의 꿈을 가지고 오스트리아로 유학길에 올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하고 전문 연주자 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인재다.

귀국 후엔 팀프(TIMF)앙상블 수석 지휘자와 인제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또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산시립교향악단 등 국내 유수 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를 역임하고 통영 국제음악제,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 클라라 페스티벌, 홍콩 무지카마라 페스티벌 등에서 그만의 오케스트라를 선보였다.

현대음악에 탁월한 음악적 소통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기나긴 인내 끝에 서서히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트센터인천의 기획작품 '오페라 살롱' 지휘를 맡은 그를 아트센터인천 회의실에서 만났다.

 

▲공연장은 휴관이고 설 무대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지냈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마치 자가격리자 처럼 가족들과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방식으로 감염병에 대응했다.

외부적 요인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연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가장 처절했으나 힘들다는 표현은 감히 할 수 없었다. 사설·영세 문화예술인들과 단체들의 어려움은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이 고난이 끝나기만을 소원할 뿐이다.

 

▲`오페라 살롱'은 어떤 공연인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오페라 명작을 선정해 90분 안으로 압축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5월28일 첫 회를 시작해 7월과 9월 11월 총 4회 준비했다. 연출가 송정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해설가 정경영이 친절하게 이해를 도울 것이다.

첫 작품 '사랑의 묘약'을 고를 때 고심했다. `사랑의 묘약'은 대단히 가볍고 발랄하고 재밌는 코미디 작품으로 코로나19로 지치고 우울한 대중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5월28일 첫 회는 부득이 온라인으로 생중계 한다. 무관객으로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진행하며 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 할 수 있다.

 

▲여전히 클래식을 낯선 장르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한때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표현이 구호처럼 유행했다. 워낙 소수에게만 다가가는 분야로 인식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클래식이 쉽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 클래식은 어렵고 부담스럽다.

다만 클래식을 접해보는 것 자체를 꺼리는 선입견만은 무너뜨리고자 한다. 클래식을 어려워는 하되 두려워는 말자는 얘기다.

이번 오페라살롱이 이 과제를 해결하는데 제격이다. 오페라에 관심은 있지만 접근이 어려웠던 대중들에게 마치 집 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공립 교향악단 단장으로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동의하는지.

-카리스마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부드러움은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 선을 넘지 않는다면 모두 수용하는 편이다.

공립 교향악단 예술감독을 처음 맡아 보는데 생각보다 음악 외적으로 할 게 많다. 행정과 기획, 프로그래밍에 대한 역할을 두루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예술감독이라는 자리 자체가 한편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기분이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민주주의다. 나의 결정에 누구는 반대하거나 또는 찬성을 한다. 여태까지는 단원들과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결과가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겪어본 인천은 어떤 곳인가.

-2년간 내가 바라본 인천시민들의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다. 공연을 해보면 이해도와 피드백이 남다르다.

수준이 높은 만큼 서울로 좋은 공연과 전시 찾아 많이들 가시는데 그 수요를 인천에서 충족시켜 드리는 것이 인천시향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현대와 고전, 어린이 음악회 등 다양한 고품격 콘텐츠를 선보여야겠다. 관객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을 해내는 것만이 인천시민들을 만족하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아트센터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