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코로나 사태는 다행히 이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는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를 거쳐 이제는 아프리카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는 이전에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그 어떤 전염병보다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일상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가 되었고, 개인 간에 친밀감을 나타내는 악수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지역을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감염자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입국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한국 발 여행객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183개 국가에 달한다고 한다. 개인들의 해외 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차 방문도 제한되고 있어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세계화 이후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한없이 자유롭게 이뤄지던 지구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번에 정지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물자 이동(mobility)의 위기가 온 것이다. 이런 이동의 위기는 우리 일상과 경제 전반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여행이 제한되면서 항공, 관광, 숙박 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운동경기, 영화처럼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비즈니스도 피해를 입고 있고, 모임이 줄어 식당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가 촉발한 이동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경제의 위기, 고용의 위기, 삶의 위기로 연결되는 모양새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극복하려 추진했던 뉴딜정책을 넘어서는 정부의 과감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분야도 있다. 비대면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언택트(untact) 비즈니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온라인쇼핑 업계와 택배, 배달 업계는 평소보다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의 매출도 늘어났다고 한다. 이번을 계기로 언택트 비즈니스를 새로운 성장산업 분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장애는 세계경제에 보다 근본적인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한 여러 국가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공장들이 셧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분업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고 해외생산 비중도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 향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각국의 소비가 둔화되면 무역이 둔화되고, 이는 다시 상품을 실어 나르는 국제물류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확산되어온 해외생산이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오히려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국내 생산으로의 회귀를 포함한 생산시설의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적시생산(JIT) 방식에도 상당한 보완이 이뤄질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사태는 산업 전반에 무인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해외 생산의 장점은 장기적으로 자동화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검토될 것이다. 유통산업에는 이미 무인화가 상당히 도입되었고, 물류산업에도 속도와 비용 개선을 위한 자동화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과 관련해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상용화도 속도를 낼 것이다. 고용과 관련해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도전과 응전의 여정을 겪어 왔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세계는 바이러스의 도전에 대해 인류가 지혜를 모아 성공적으로 극복한 또 하나의 응전의 역사로 기록되길 바라본다. 그 동안 우리는 이동의 자유라는 것이 이처럼 소중한 것인지, 이동의 경제가 이처럼 중요한 것인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벗과의 소소한 만남을 위해 이동하던 순간들이 지금처럼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