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혁(왼쪽)·이종찬 교수./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 ▲내시경초음파시술로 췌장암에 유전자를 투여한 치료 모식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가 췌장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이종찬 교수 연구팀은 2016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절제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췌장암 환자 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변형 아데노 바이러스’를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치료법의 1상 임상시험을 한 결과,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아데노바이러스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유전자의 운반체로 흔히 이용된다.

연구팀은 사이토신 디아미나아제(cytosine deaminase, yCD)와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HSV-1 TK)라는 두 가지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탑재된 아데노바이러스를 내시경 초음파(EUS, endoscopic ultrasonography)를 통해 췌장암에 투여했다.

주입된 아데노바이러스는 유전자 조작의 일차적 효과로 인해 정상 세포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멸하고 췌장암 세포에서만 증식하게 된다.

그 후 환자가 항암 효과가 없는 경구약을 복용하면 췌장암 세포 내 바이러스의 효소와 만나 항암제로 변화한다.

결론적으로 암세포에서만 살아있던 바이러스가 항암 작용을 해 결과적으로는 췌장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결과 치료 12주째까지 의미 있는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치료 8주 후 독성평가에서도 2명의 환자가 약한 단계의 발열 반응을 나타냈을 뿐 중대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치료 12주째 CT 검사로 평가한 결과 9명 모두에서 췌장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암이 추가로 진행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은 기간으로 항암제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무진행 생존 기간'의 중앙값은 11.4개월로 나타났다.

황진혁 교수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깊다”며 “췌장암은 아직 치료가 어려운 암에 속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Gastrointestinal Endoscopy) 최신 호에 실렸다./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