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을 놓고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TX-B(인천 송도~경기 마석) 노선을 놓고 10년 가까이 혼선을 빚은 시가 신규 노선인 GTX-D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주 “인천 서부를 기점으로 한 자체 계획은 아예 없었다”며 “최적 노선 선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초까지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수행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노선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 서부권에 GTX-D를 유치한다고 선언해 혼란을 일으킨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서부를 `기점'으로 계획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서부권역 경유'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시가 공개한 2020년 주요업무계획에는 `서부권역 경유 GTX-D 노선 유치 추진'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시가 지난해 11월 인천시의회에 제출한 교통국 예산 설명서에는 GTX-D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사업 위치가 `인천 서부~서울 강남'으로 명시돼 있다.

인천 서부가 기점인지 경유지인지가 중요한 것은 D노선의 기점이 인천 서구가 되지 않을 경우 경기도 김포시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김포·부천·하남시는 지난 2월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GTX-D 노선에 공동대응하고 있다. 때문에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발표는 지역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GTX-D 논란에 대한 시의 땜질식 수습은 계속되고 있다.

시는 “경기도와 협의를 거친 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내년 6월 확정되는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앞두고 올 하반기에는 인천시와 경기도가 각자의 노선안을 바탕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GTX-D 유치 경쟁 관계에 있는 경기도와 협의를 거치기 전에 성급한 발표를 했다. 의욕이 앞서 경기도와의 의견조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앞서나갔다가 수습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관내 광역철도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예민하기 그지없는 시점에서 인천시의 계속되는 헛발질은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