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대연평도 까치산 패총 발굴터의 모습.

 

`고고학(考古學)'은 글자 그대로 `옛것을 생각하는 학문'으로 생소한 학문인데, 인천에서 `섬과 바다의 고고학'이라니 더욱 어색하다. 고고학은 문자 발명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당시 사회를 복원하는 학문을 말한다. 사실 인천에서 `섬과 바다의 고고학'에 대한 조사는 100년 전부터 시작 되었지만 사실상 잊혀 왔다. 왜 그런가하면 개발우선주의 때문인데, 그로 인해 표면적 발전은 있었으나 반대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 없이 사라져 고고학적 조사나 연구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천지역의 정체성은 과거가 없는 사상누각의 허상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인천'의 시간은 길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주인 없는 도시'를 감내하며 문화적 황무지로 살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라 잃은 경험을 했던 자신조차도 갖고 싶었던 소원은 부력(富力)이나 강력(强力)보다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세기가 지난 인천의 고고학 조사가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시작으로 2000년대 서구 검단 및 영종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계기로 섬과 내륙에서 많은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었다. 그러나 지역사회나 지역주민에 이르기까지 홍보나 시설은 부족하며, 소수의 연구자만 공유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제 인천의 뿌리가 되는 고고학 분야의 연구 결과는 시민과 소통하는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이미 인천 시민은 높은 문화 수준을 갖고 인천다운 특색 있는 문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섬과 바다, 그리고 고고학의 중요성

인천은 168개의 섬을 갖고 있어 전국 4번째로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가 30여년 동안 인천지역을 답사한 결과 이 섬들은 고고학적 문화유산을 간직한 보고임을 확인한 바 있다. 위로는 백령도, 연평도부터 외해의 덕적도, 소야도 그리고 강화도, 영종도, 용유도, 신도, 시도 등 모두 열거할 필요 없이 각각의 섬에는 우리의 과거를 밝혀줄 고고학적 유산이 즐비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화도 고인돌유적을 비롯하여 파편화된 그릇과 돌에 깃든 인간의 지혜는 과거 인천인들의 슬기로운 생활의 정수를 보여 준다.

바다와 섬은 문화적 맥락에서 내륙의 연장이며, 섬과 내륙은 별개의 문화적 공간이 아니다.

특히, 영흥도와 안산 대부도 바다에서 출토된 고대 선박 3척의 배가 찾아졌음은 인천의 관점에서 바다가 또 다른 육지인 셈이다. 나아가 고려 시대 때 중국 남송에서 수도 개경(지금의 개성)에 이르는 바닷길인 영종도(당시 자연도) 주변 수로에도 물속에 고대 선박이나 자기류가 수몰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고고학적 사실(史實)로 소통하는 `섬과 바다의 고고학 산책'은 그래서 필요하다. 왜냐하면 바다나 육지의 과거는 미래를 열어가는 키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롭게 발굴된 자료에 대해 마주하게 될 `섬과 바다의 고고학 산책'은 인천의 옛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석훈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고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