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알리려는 시민기자 실종·구금 잇따라

 

▲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 [리원량 웨이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중국에서 당국이 검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 올린 활동가들이 구금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활동가 차이웨이와 그의 여자친구 탕 그리고 천메이 등 3명은 중국 당국의 검열로 온라인에서 사라진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세계 최대의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에 게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깃허브는 당초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중국에서는 활동가들이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이른바 '만리 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이용된다.

차이웨이 등 중국 활동가들은 지난 2018년부터 당국의 검열로 주류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라진 기사를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터미너스 2049' 운동을 펼쳐왔다.

활동가들은 코로나19의 실상을 알리는 기사와 정보도 공유했는데, 이 가운데 유명한 것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의 실상을 폭로한 우한중심병원 응급과 주임 아이펀(艾芬)의 인터뷰 기사이다.

아이펀은 코로나19의 출현을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자로 경찰에서 처벌을 받은 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동료로,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이펀의 인터뷰 기사가 당국의 검열로 온라인에서 사라지자 활동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공유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차이웨이 등 3인은 지난 19일부터 가족, 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가족과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당초 차이웨이 등의 행방을 모르겠다는 말만 하다가 신고 5일 후에야 차이웨이와 여자친구 탕이 소란죄 혐의 등으로 모처에 구금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천메이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실상을 알리려는 시민기자의 실종 또한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의 암울한 실태를 전하고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는 지난 2월 초부터 연락이 끊겼다.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시민기자 팡빈(方斌)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을 담은 자루로 가득 찬 승합차 영상과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뒤 역시 실종됐다.

마찬가지로 우한을 취재하다가 실종됐던 시민기자 리쩌화(李澤華)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국에 의해 격리돼 감시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