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야 이리와, 얼른 엄마한테 와.”

 

 공원을 산책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강아지 주인이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다. 강아지는 잔뜩 멋을 부린 채 재롱을 떤다. 미용을 위해 털은 밋밋하게 깎이고 귀털을 단발로 자른 머리에는 리본을 달고 예쁜 옷을 입었다. 어떤 강아지는 신발까지 신고 있다. 위생을 중요시 여기는 깔끔한 주인 탓에 가끔은 꼬리가 잘린 강아지도 보인다. 엄마라고 자칭하니 자식을 대하듯 멋을 내고 치장하는 일도 즐겁게 감당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애완견 사랑은 평범하고 보편적이다. 애완견 이야기를 듣다보면 웃음을 넘어 경기를 일으킬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강아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어떤 이는 자신이 기르는 스누피 강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자랑했다. 세상에, 강아지의 생일이라며 생일상을 차려놓고 인증 샷을 한 것이다. 생일 케이크처럼 생긴 간식에 촛불까지 장식했다. 생일상에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과 놀이 용품들까지 선물로 얹혀 있었다. 사진을 보고는 다들 박장대소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애완견이 누리는 호화생활은 점입가경이었다. 애완견 용품점은 이미 흔한 일이고 사람들의 일상용품을 따라 점점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애완견 호텔도 있다. 장기간 출타 시에는 불가피하게 맡겨야 하니 그 정도는 이해가 간다. 친구를 만들어 주는 애완견 카페도 있다. 카페에서는 이벤트도 연다. 개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자며 강아지 간식으로 도시락을 싸서 소풍도 간다. 달리기 대회, 물건집기 대회 등을 열고 상도 준다. 매월 몇 십만원씩 드는 애완견유치원도 있다. 주인들끼리는 유치원을 다닌 개가 훨씬 똑똑하다며 자족한다. 개 유모차도 있다. 유모차를 타본 개들은 걷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옛말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요즘 세태와는 천지 차이의 상팔자 개념이다. 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절, 주인은 논밭에 나가 일을 해야 하지만 개는 집을 지키며 처마 밑 그늘이나 나무 아래 낮잠을 자곤 했기 때문에 회자된 말이다. 그러니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나 필요했던 에티켓이 생겨났다. 이름하여 `펫티켓'이다. 그것은 애완견을 기르는 주인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강아지가 놀라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예절까지 포함한다.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낳지 않고 강아지나 키울 거라며 부모를 놀래키는 신세대도 늘어났으니 이쯤 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영희 시인·송도소식지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