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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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는 절대 위를 올려다보지 마십시오", "405호는 일반 손님이 묵는 방이 아닙니다. 절대 들어가지 마십시오."

온라인에 떠도는 가상의 호텔 관련 괴담 일부다. 읽는 것만으로 이 호텔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호텔 레이크'는 이런 괴담 형식을 차용해 궁금증을 자극하는 공포 영화다.

엄마가 죽은 지 5년이 된 어느 날 유미(이세영 분)는 아버지가 다른 어린 동생 지유를 떠맡게 된다. 지유를 직접 키울 수 없는 유미는 동생을 맡기기 위해 엄마 친구 경선(박지영)이 운영하는 레이크 호텔을 찾아간다.

가는 길부터 불길한 기운이 맴돌지만, 호텔에 도착하니 경선은 자매를 반겨준다. 유미는 그런 경선이 어딘가 불편하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방 405호와 이 호텔에서 죽은 엄마의 기억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호텔의 유일한 직원이라고는 메이드 예린(박효주) 뿐. 그러나 그는 공허한 눈빛을 하고 술에 항상 취한 채 이상한 말을 늘어놓아 유미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경선은 동생을 맡기고 떠나려는 유미를 붙잡고, 호텔을 벗어나려 하던 유미는 동생 지유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동생을 찾기 위해 호텔로 돌아온 유미 앞에 호텔의 비밀이 드러난다.

영화는 시종일관 불길하고 으스스한 레이크 호텔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지만, 미스터리보다는 공포에 더 무게를 둔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부터 끔찍한 광경이 보이고 호텔 자체도 현재 손님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이미 그 본래 용도를 잃어버리고 공포를 고조하는 배경으로 존재하게 된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도 많고 불안하게 낑낑대는 현악기의 불협화음과 사람이 아닌 존재가 내는 쿵쿵 소리 등 음향 효과도 공포감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나선형 구조와 수많은 방이 있는 호텔 구조를 영화는 십분 활용한다. 어디서든 1층 로비에 있는 사람들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나선형 구조와 이를 다시 올려다보는 유미 등을 담아낸 연출 등이 인상적이다.

공포 요소에 너무 힘을 쓴 탓에 미스터리는 더 약해진다. 괴담 형식을 빌려와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형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초반부터 비밀의 키를 쥔 사람이 누구일지가 분명하고 경선이 시든 장미꽃을 파란색으로 염색하며 "(꽃이)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등 곳곳에 복선을 충실하고 쉽게 깔아놔 호텔의 비밀 자체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어릴 적 이 호텔에서 살았다는 유미·지유, 그리고 엄마들의 과거 이야기와 동생 지유에게서 학대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던져놓기는 했으나 관객에게 그 이상을 설명해주지 않고 불친절하게 넘어간다.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인 만큼 여배우들 연기 앙상블이 볼 만하다. 유미를 연기한 이세영은 공포에 떠는 모습뿐 아니라 엄마를 향한 원망과 죄책감 그리고 동생을 지키려는 강인함까지를 모두 표현한다. 박지영은 친절한 이모의 모습이던 초반부부터 급변하는 후반부까지 영화를 무게감 있게 이끌어가고, 박효주가 연기한 예린은 특유의 눈빛과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