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이 `국민 전체냐, 하위 70%냐'를 놓고 묘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정부가 같은 배를 타고, 민주당은 건너편에서 손짓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소득하위 70% 가구'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으로 하고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모든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한다며 정부의 고삐를 죄고 있다. 당초 정부가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70% 지급안을 제시할 때는 동의했지만, 총선 과정에서 전국민 지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선거에서 압승하자마자 공약을 번복하면 체면이 구겨진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와 민주당이 틈새를 보이자 통합당은 맹공에 나섰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저희 의견과 (정부안)이 거의 일치하는 예산안”이라고 불을 지핀 뒤 “민주당은 정부부터 공격하라. 하위 70%만 지원하는 안은 정부안이다. 누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나”라고 몰아붙였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한술 더떠 “여당이 정부 발목잡기가 뻘쭘한지 애꿎은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야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여당이 반대편에 선, 진귀한 광경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개헌 빼고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석을 차지했을 때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정부 발목잡기에 몰두했다가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으로서는 스트레스가 풀릴 만도 하다.

난감해진 민주당이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총선 기간 중에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을 들춰내자 통합당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부(기획재정부)도 기존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속으로는 통합당을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긴급재난지원금은 돈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라며 “기재부가 그걸(하위 70% 지급) 고집하는 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지만 반응이 없다.

애매한 입장에 처한 청와대는 “당정 및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며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 정부·야당을 탓하는 여당, 당초 안을 고집하는 정부, 정부·여당의 엇박자를 즐기는 듯한 야당이 삼각형으로 물고 물린 꼴이라 문제를 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복잡한 사정을 명료하게 표현하려면 중국 고사성어를 끌어들이는 것이 도움될 것 같다. 오월동주, 합종연횡. 총선이 끝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상황이다. 그나저나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 `긴급지원금'이 `지연지원금'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학준 인천일보 논설위원